자작시1 (1980년~1990년)

친우 박수환 영전에 바치는 글

시를 쓰는 공인중개사 조태식 2010. 12. 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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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우 박수환 영전에 바치는 글

 

 

1.

왜일까, 이토록 부끄러움은

네가 그리도 간직해 오던 해묵은 나의 편지만도 못한

가슴을 움켜쥐고

자꾸만 시선을 피하지만 무엇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난 삶의 갈증으로 혀가 갈라지고

순간순간 욕망의 단내를 지울 수 없는데

하마 삶의 흔적 속으로

네 숨결이야.

(1990. 07. 00)

 

2.

병실 문전에 벗어 놓은

나의 삶은 안으로만 끈적이고

삶과 죽음을

그저 라틴어 몇 마디로 간단히 흘려 내리는 벽 앞에

마냥 움츠려도

난 허허로운 위로의 말을 양손에 나눠들고

네 앞에 선다, 그렇게 네 앞에 선다

눈가 그렁그렁한 원망스럼

애써 내미는 뼛마디가 나를 밀치는구나

이제 나는

기억의 한 자락에 켜켜이 세월이 내려앉아도

그냥 네 가쁜 숨결만은 남겨둘까

거대한 벽 한 귀퉁이를 긁어내리는

보내기도 전에 벌써 널 눕히고 마는구나, 수의조차 없이

가슴 그늘진 한 켠에.

(1990. 10.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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