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온 문학·예술

[스크랩] [입 속의 검은 잎] 白夜 / 기형도

시를 쓰는 공인중개사 조태식 2011. 5. 13. 10:38
반응형

 

 

白夜 / 기형도

 

 

 

 

눈이 그친다.

仁川집 흐린 유리창에 불이 꺼지고

낮은 지붕들 사이에 끼인

하늘은 딱딱한 널빤지처럼 떠 있다.

가늠할 수 없는 넓이로 바람은

손쉽게 더러운 담벼락을 포장하고

싸락눈들은 비명을 지르며 튀어오른다.

흠집투성이 흑백의 字幕 속을

한 사내가 천천히 걷고 있다.

무슨 農具처럼 굽은 손가락들, 어디선가 빠뜨려버린

몇 병의 취기를 기억해내며 사내는

문닫힌 商會 앞에서 마지막 담배와 헤어진다.

빈 골목은 펼쳐진 담요처럼 쓸쓸한데

싸락눈 낮은 촉광 위로 길게 흔들리는

기침 소리 몇. 검게 얼어붙은 간판 밑을 지나

휘적휘적 사내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밤, 빛과 어둠을 분간할 수 없는

꽝꽝 빛나는, 이 무서운 白夜

밟을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눈길을 만들며

軍用 파카 속에서 칭얼거리는 어린 아들을 업은 채

 

 

 

 

 

 

 

 

출처 : ㅎ ㅏ늘
글쓴이 : ㅎ ㅏ늘 원글보기
메모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