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온 문학·예술

[스크랩] 가을 교차로에서 길을 잃다 / 이솔 이수경

시를 쓰는 공인중개사 조태식 2011. 5. 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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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칠고 건조한 바람은 신호등 붉은 빛을 보고도

          천연덕스럽게 등을 떠다 밀었다

           

          털컥,

          자전거 체인 풀리 듯 생각들이 풀어졌다

          스스로 숨통을 누르고 싶은 순간들이

          우르르~ 우르르~

          머리 속 레일 위를 굴러 다녔다

           

          지나는 것들은

          머물지 않아서 다행일까?

          불안, 허망, 죽음,

          뒷목줄기부터 신혈을 타고

          결코 가볍지 않은 무뚝뚝한 안개가

          스멀스멀 신음소리를 내며

          엄지와 검지 사이를 마구 헤집고 돌았다

          여전히 표정 바꾸지 않은 채

          막막하게 동굴 속 어둠도 함께 돌았다

           

          너로 통하는 내통을 눈치라도 챈 듯

          막혀버린 혈관 틈을

          비집고 간헐적으로 피식피식 바람이 지난다

           

          온 몸이 아프다

          팔이 저리다

          가을 교차로에서 

          터널처럼  지날 수 있는 위안이

          파랗게 불 밝히길 기다리고 섰다

           

          그저, 기다리고만 섰다

           

           

           

           가을 교차로에서 길을 잃다

           / 이솔 이수경

             

            -글로벌문학 2009 가을호

            -시집- " 단풍빛 고운 가을이 오면 " 레터북 2010.



            Nicos-Kalinifta.

             

             

    출처 : ㅎ ㅏ늘
    글쓴이 : ㅎ ㅏ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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