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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5 (2021년 ~ ) 27

【 편두통】

【 편두통 】                               조태식 作  내 머리 우측에  편두통이 산다 야행성이라낮에는 모르고 지내다가밤이면 머리 한 켠을 깨고 나온다 너가 나오면밤새도록 얼굴을 찡그려야 하니 많이 못마땅하다너가 그래서아니 내가 그래서 같이 살아가기에는 서로에게 불만이 많다 너가 가시로 내 머리를 찌를 때나는 해머로 네 머리를 치고 싶다어쩌면 세상 머리를 으깨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 밤도 어김없이 너와의 전쟁이다나와의 전쟁이다이길 수 없는 무모한 투정일지도 모른다 (25년 03월 16일.  일요일  오전 3시 30분)

【 입원 3일 차 】

【 입원 3일 차 】                               조태식 作   창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건너온다 느낌적으로 완연한 봄이다창을 열기까지는 내려다 보이는 야산에 듬성듬성 남아있어하얀 징검돌 같은 눈 더미희끗희끗한 노년의 고집처럼햇볕을 받아도 꿋꿋하기도 하다 그래서양지 녘 눈은 더욱 반짝인다담대함으로 어쩌면 위태로움이었을까 내 반짝임은 지나온 시간대 어디쯤 있었을까있기는 했던 것일까창을 타고 건너오는 햇살에 눈이 부시다 마냥 눈부시기만 하다  [25년 03월 10일.  월요일  오전 9시 50분]

【 입원 2일 차 】

【 입원 2일 차 】                               조태식 作   창으로 어둠이 넘어온다 4층 창 밖에 선 내가병실 안의 나를 넘겨다 본다 너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난,창밖의 너를 보며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한 내 지난 시절을 본다 노련한 변검사같구나, 너는 청년인 듯 중년이고, 중년인 듯 노년이 되는그러나 다시금 청년이 되어버리는 너 어둠이 가기까지 병실 안 불이 꺼지지 않으리라창밖의 너를 위해, 병실 안의 나를 위해 참으로 오랜만인가이렇듯 내일을 비워버린 오늘만 있는 시간이 지금 이 순간나는 창밖의 너를 만나 감당하지 못할 미련과 후회를 건넨다이 어둠이 가면 스러지고 말너에게  [25년 03월 09일. 일요일 밤 10시 35분]

【 청설모 】

【 청설모 】- 입원 2일 차 아침 -                                         조태식 作  아침이 오는입원실 4층 창 너머 작은 야산3월 이른 봄 앙상하고 삐죽 키만 큰 나무들 언제부턴가 청솔모 한 마리사납지만 날렵하게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아래에서 위쪽으로쉼 없이 부산하기만 한데 무슨 일일까마른 나무에 먹을거리도 없을 텐데 그런데 지금 내가 재 걱정할 때가 맞긴 하는가작은 병실 안을 여린 다람쥐처럼 뱅글뱅글 돌기만 하는 나는 오늘도 사나워 지고 싶다날렵하고 싶다 거침없이 달리는 새까만 청솔모를 보며빙의를 시작하려 한다아님 청설모가 내게 빙의가 되던지  [25년 03월 09일. 일요일 오전 8시 17분]

【 좋은 말들】

【 좋은 말들 】                     조태식 作  세상에는 좋은 말들이 참 많다   너도 알고나도 알고 때로는 너가 나에게어떨 때는 내가 너에게 무심히 꺼내든 이 말들이 세상에 널린 그 흔한 말이하필 이 시간, 이 자리에너에게서 아님 나로부터 마른 겨울 잎처럼 가벼워이리저리 날리다가오늘은 너의 입으로다른 무심한 날 불쑥 내게서 나오면 세상에는 좋은 말들이 참 많다 내 삶이 바삭이지 않는조금은 촉촉했으면 하는 어느날세상의 말이 아닌나의 말이 있었으면 한다 그런 날이 오기까지는 . . .    (25.01.11 오후 1시 25분)

[ 봄 밤(春夜) 2 ]

[ 봄 밤(春夜) 2 ]                                          조태식 作망울진 목련이 하얗게 웃는 밤강가의 바람도 느릿느릿 돌아보는완연한 개나리의 노란 손짓늦구나,어설픈 몸짓이 안쓰러운 벚꽃이렇게라도 봄은 오는가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별 하나 없는 창백한 밤하늘갈 길 잃은 시선에나의 봄(春)은 이러할진대너의 봄(春)은 어떠할는지눈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저 가려야 할 얼굴들이 더욱 빛나 보이는이 밤별도 없는 이 밤에무심히 걸어가는 가난한 봄(春)(24년 04월 01일.   밤 10시)

[시곗바늘]

[시곗바늘] 조태식 作 쉼 없이 돌아 돌아 제자리로 온다 정작 자기는 돌아오건만 그 무엇도 흘러간 물처럼 돌아오지 못한다 긴 침 짧은 침 빨리 돌고 느리게 돌아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한번 가면 다시 만남을 어찌 기약한다고 뒤도 안 돌아 보고 시곗바늘을 쫓아 쫓아만 가는가 가는 이 머무는 이 정작 따로 없는데 한사코 손 흔들며 가슴을 잡는구나 가다 보면 문득 드는 생각 왜 그리 앞만 보았는지 옆도 뒤도 밀쳐두고 여유 있음 다시 보리라 하고 시곗바늘은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오건만 같이 간 이들 누구도 돌아오지 못하네 그래도 이 미련한 미련은 아직껏 한순간도 떠난 적이 없다 하네 (23.03.21)

[가슴 속 물소리]

[가슴 속 물소리]                           조태식 作  멈춘 듯멈추지 않은 듯 변한 듯변하지 않은 듯 비워도 비워지지 않는 건처음부터채워진 것이 없는 탓일까 온 것도 같은데어디서 왔는지 모르고이제 곧 가야 하지만어디로 갈 지를 알지 못하네 이것이 처음도 아닌 거 같은데처음인 듯 아닌 듯꽉 쥔 손 촉촉이 젖어오면바람에 밀리듯 사르시 눈이 감긴다 보려면 볼 수 있으려나들으려면 들을 수는 있을까 난아직따스한 물소리가 그립다(2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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