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4 (2012년 ~ 2020년)/나의 기도 (모음집) 11

■ 나의 기도(祈禱) 5

나는 노래 잘하는 가인(歌人)이요 시를 쓰는 시인(詩人) 입니다 살아 있는 것이 시(詩)요 살아가는 것이 노래입니다 새삼 기도를 드리면 노래가 나오고, 시가 쓰입니다 그래서 주님! 저는 기도 대신 노래를 부르고 시(詩)를 쓰고 있습니다 오롯이 남은 시간에 시(詩)를 쓰렵니다 목청껏 노래를 부르렵니다 주님! 저의 기도를 받아주소서 (20.12.25 저녁 9시 50분)

[나의 기도가 노래가 되게 하소서]

가진 것 없어도 오늘을 살면서 다 내어 놓습니다 부족하지만 늘 넉넉하게 내어 놓습니다 내일을 염려 않고 오늘 넘치게 비워내어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언제나 채워 주시는 주님 내일을 위해 한량없는 자비와 은혜를 예비해 주시는 나의 주님 저는 오늘만 살렵니다 넘치도록 충만하게 다 쓰렵니다 내일은 온전히 주님의 것임을 아는 나의 기도가 늘 넘치는 노래가 되게 하소서! (20.12.04 새벽 5시 50분)

[오늘도 그곳을 찾아간다]

아직도 꿈을 꾸는가 오늘도 그들이 있는 그곳을 찾아간다 예전 그 높던 첨탑 십자가 조금씩 내려와 눈을 맞추는 날마다 가난해지는 교회 볼수록 초라해지는 성직자 제자리에 머물러도 점차 너그러워지는 그네들이 있는 곳 가끔은 저들이 있는 곳도 가고 싶다 지나온 세월 고스란히 안으며 희미한 흔적만큼 비워지는 마음 자락 고즈넉한 법당 처연히 빛바래도 날이 갈수록 반들거리는 마룻바닥 가만히 기운 백결 눈부신 잿빛 법복 그 맑은 눈빛의 그네들이 있는 곳 아직도 꿈을 꾸는가? 나는 오늘도 그곳을 찾아간다 (20.11.19 목요일 밤 10시)

[저는 그러고 싶습니다]

[저는 그러고 싶습니다] "내가 너를 믿노라" 오~ 나의 주님! 저도 그러고 싶어요 "내가 너를 기다리노라" 오~ 나의 주님! 저도 그러고 싶어요 믿음을 기다리는 기도 온전히 기도를 믿는 믿음 오~ 나의 주님! 매 순간 온전하게 믿음입니다, 기다림입니다 저는 그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러고 싶습니다 (20.11.01 저녁 8시 30분)

나의 기도(祈禱) 4

[ 나의 기도(祈禱) 4 ] (조태식) 끝이다 싶은 그 때가 시작이게 하소서 마침내 멈춰버린 그 자리가 첫걸음이 되게 하시며 간절히 바라는 기도가 지나온 것에 대한 감사기도가 되게 하소서 시작과 끝이 맞물리어 멈춰도 멈춰지지 않듯이 다시 시작되는 이 기도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끊어지지 않았던 바로 그 기도임을 알게 하소서 (2017. 01. 31)

이 한 해에는 내 삶이 거울인양 하소서

[ 이 한 해에는 내 삶이 거울인양 하소서 ] 조태식 상처진 가슴이 내게로 오면 그 상처 더함도 덜함도 없이 오롯하게 내 상처로 보게 하시고 기쁜 마음이 내게로 오면 그 기쁨 온전히 내 기쁨으로 나타나게 하소서 아픔과 행복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돌려주되 내 삶은 거울인양 공간이 없어 한 올의 쌓음도 남김도 없게 하소서 모든 것을 차별없이 받아주고 하나 남김없이 되돌리는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다 담아내고 다 돌려주는 빈 공간이 없되 한없이 넓고 텅 빈 거울처럼 이 한 해를 살게 하옵소서 다만 할 수만 있다면 따뜻하고 너그러운 그런 볼록한 온열(溫熱) 거울이게 하소서 (2017. 01. 29)

기도 祈禱

[ 기도祈禱 ] 기도하기를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마태복음 6장 6절) ''구하기 전에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하나님 너희 아버지께서 아시느니라'' (마태복음 6장 8절) 이미 아시는 것을 간절히 기도할 때 혼자서 조용히 내 마음이 미어 터질듯이 벅차게 말없는 말로 드리는 그 기도에 내가 없으면 내가 없을 수만 있다면 그럴수만 있다면. (2015. 08. 21)

나의 기도 3

[나의 기도(祈禱) 3] 제가 드리는 기도의 色은 어떤가요? 혹 붉지는 않았는지 연한 녹색이라도 되었으면 전 뒤가 훤히 비치는 무채색(无彩色)이길 바라긴 했지요 제 기도가 조금은 가벼워지진 않았나요? 대책없이 무겁기만 하던 세상에 대한 제 미련을 약간은 덜어내 당신에게로 가는 좀 더 가벼워진 기도가 되길 바라긴 했지요 제 기도가 저를 향하지 않고 색이 바래 뒤가 비치고 점차 가벼워져 곧잘 당신을 향해 날아갔으면 하지요 그런 기도가 하고 싶어 자꾸만 기도를 하지만 기도와 마음은 실루엣처럼 서로의 눈길을 비껴 갑니다 (2015. 04. 13일 자정무렵)

나의 기도 2

[나의 기도(祈禱) 2] 세상에 대해 자중하라, 네 편이 아니니라 이제 세상의 편견에도 담대하라 네 몫이 없음이 아니더냐 곧 지나가리니 온전히 비출지라도 거울처럼 결코 그 흔적이 남지 않음이 아니더냐 (2015. 04. 01 밤 8시 이후) -잠언 17장 14절- 다투는 시작은 둑에서 물이 새는 것 같은즉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시비를 그칠 것이니라.

나의 기도

[ 나의 기도(祈禱) ] 세상에 헛된 존재는 하나도 없나니 바람이 나를 치사 내 몸이 활처럼 휘어지나이다 낮아진 내 위로 무수한 말(言)과 찢긴 시선들이 타고 오르며 나를 흔듬이여 밀면 미는대로 당기면 당기는대로 가만히 누워버린지라 나를 치는 바람이 오히려 나를 꺾이지 않게 하사 세상에 의미없는 존재는 하나도 없나니 나를 쓰러뜨리듯 다시금 나를 세우는 그것들 위에 묵묵히 내 기도를 걸어두면 오늘도 휘어지는 내 기도는 곧장 바람을 타고 날듯이 움칠거립니다 (2015. 03. 29 밤 10시 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