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3 (2010년~ 2011년 )/월간한울문학 출품작

先親忌日에 즈음하여

시를 쓰는 공인중개사 조태식 2011. 2. 18. 16:28

 

 

本鄕의 뜰에 닿아

허기진

심장을 보듬어 줄

그 곳을 향해

풀어진 魂이 거친 숨을 고른다

 

몇 번이고

새겨 넣었을 법한 結氷의 시간

등이 굽고 뒤틀린 그러나 꼿꼿한

소나무, 허옇게 내뱉는 입김에

술렁이는 안개의 심상치 않은 눈빛

 

떨어진 잎

脫色하고 분분(紛紛)하며

진눈깨비의 번들거림과

흙의 추레함

말없이 들썩이는 건 山으로 난 길이었다

 

연신 미끄러지며

오르며

질척이는 눈길에서

음력 1월 15일

오늘은 정월 보름날

 

무수한 소원을 받기만 하던

그 달, 어릴 적 기억속의

잊혀서 잊혀가기만

문득 아침에 오른 나물 몇 가지

떠올리는 지금

 

양지 녘만 쫒아

겨우내 말라 버석거리던

고사리, 취나물 그리고 알 수 없던

버섯 같기도 하던

질겅거리는 時間을 씹으며

 

저 無感한 낮달을

보고자 함은 아니나

山上에서

내려다보이는 世上은

너른 펄

 

안개의 너른

빨려들면 다시는 못 헤어날

깊은 수렁

하늘이 비친 듯

내려와 앉은 듯

 

미끄러져 하늘을 본다

일렁거리는 잿빛의 깊은 늪에

世上이 되비친

오늘은 先親의 忌日, 十 數年이나 무심히 마주한

 

흐릿한 낮달 속으로

구겨 넣어도 구겨지지 않는 죄스런

그럼에도 담담한 눈빛으로 가눈

그 깊은 愛憎을 내려놓고

가만히 숙인 머리위로 두 손을 모아들어

 

하늘을 가린 빈 손

지금껏 저리 하였던가

차마 들지 못하는 머리위로

댓 방울의 굵은 비가 듣는 듯도 하고

 

 

길을 따라 눈빛만 낮달에 걸렸다, 가슴이 빈

 

 

2011. 2. 17 (목)

'자작시3 (2010년~ 2011년 ) > 월간한울문학 출품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一)  (0) 2011.04.28
술(酒)  (0) 2011.01.21
國會  (0) 2010.12.10
낯선 곳에서(2)  (0) 2010.11.12
낯선 곳에서  (0) 2010.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