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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무너지니 마음도 무너지는가
아님 마음이 갈라진 틈새로 몸이 내려앉는 것인가
지금까지 배우고 간직해 온 것들은 온전히 사전이나
다른 이의 글속에서나 흔적이 남을 뿐.
살아서 숨쉬는
심장의 뜨거운 피가 쿵쿵거리는
삶의 기억은 없다.
난
나도 모르는 새 거미줄에 걸려
누가 쳐 놓았는가
아님 나 스스로 걸린 것인가
한 삶의 대부분을 얽어놓은 거미줄을 이제와
끊어버리면 무엇이 남을 것인가
아직도 새벽이슬은
거미줄을 타고 내리며
한순간이나마 영롱한 빛을 뿌리기에
나 역시
마지막인양 내딛는 이 한 걸음이
처음이 되게 하기를
온전히 거미줄이 걷혀진
내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제
생의 끝자락에라도 선양
담담히 한 걸음 내어 딛는다.
2014. 0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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