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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조태식
가을이 돌아서고 있다
새치름하게 치켜뜬 눈
몰려다니는 잎에선 바람이 일고
날릴 만큼 날리고도 멈추지 않는
나는 가고자 한다
뚝뚝 부러지는 마른 시간을 뒤로 하고
언제든 돌아오는 것과
그러지 못하는 것의 거리
얼어붙은 수면을 걸어가려는
가을이
겨울을 기다리는 딱 그만큼의 간격
누군들 떠나고 싶으랴
여기에 있는 너
떠나는 나
제대로 가려면
있는 자리를 보아야 하고
보보마다 휘청이며 오늘도
한 걸음 내어 딛는
나에게서
그리고 너에게서
그 좁혀지지 않는 틈새
겨울로 가는 길을 나선다
가다가 멈추지 않기를 바라며
길에서
묵묵히 길을 본다
2012. 11. 09 (금)
P.S : 그저 인생이 시들한 나를 위해 이 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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