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익숙하다는 것이

시를 쓰는 공인중개사 조태식 2018. 9. 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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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하다는 것이

 

밤(夜)은

 

낯선 여름의 폭급(暴急)함을

느닷없이

가로지르며

 

단순하고

우둔하며 고집스런 미련함에 더해

연약하고 갈급(渴急)한 속살을

끄집어 내고야 만다

 

우리네 익숙함이

삶에 대한 오랜 믿음이

그리고 그 진실되다는 맹목적인 확신

 

밤(夜)이

 

여름을 가르며

또 다른 가을의 민 낯으로 나아갈 때

 

꽉 잡고 있던 자아(自我, Ego)

그 어리석고 허무한 믿음의 시간,

세월, 인생, 자존감 그리고 굳어버린 신앙

 

이제는 내려놓고

활짝 펼친 빈 손으로 바닥을 짚어

나를 비우고 비우며

내가 없는 그 곳으로

 

밤(夜)이 가면 가는 대로

묵묵히 동행할 수 있는

그 자연스럽고 평온한, 텅 빈 충만함을 향해

 

아! 익숙함이여

비워져서 느려 보이는 멈춤과

끝없이 펼쳐진 꽉 찬 고요함이여!

 

(2018. 09. 02 새벽에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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