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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하다는 것이
밤(夜)은
낯선 여름의 폭급(暴急)함을
느닷없이
가로지르며
단순하고
우둔하며 고집스런 미련함에 더해
연약하고 갈급(渴急)한 속살을
끄집어 내고야 만다
우리네 익숙함이
삶에 대한 오랜 믿음이
그리고 그 진실되다는 맹목적인 확신
밤(夜)이
여름을 가르며
또 다른 가을의 민 낯으로 나아갈 때
꽉 잡고 있던 자아(自我, Ego)
그 어리석고 허무한 믿음의 시간,
세월, 인생, 자존감 그리고 굳어버린 신앙
이제는 내려놓고
활짝 펼친 빈 손으로 바닥을 짚어
나를 비우고 비우며
내가 없는 그 곳으로
밤(夜)이 가면 가는 대로
묵묵히 동행할 수 있는
그 자연스럽고 평온한, 텅 빈 충만함을 향해
아! 익숙함이여
비워져서 느려 보이는 멈춤과
끝없이 펼쳐진 꽉 찬 고요함이여!
(2018. 09. 02 새벽에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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