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는 가만히 앉아있다 내가 이렇게 가만히 앉아있는 걸 아는 이는 나밖에 없다 내가 하는 말을 내 귀가 들어주고 내가 보는 것을 같이 바라봐 주는 이도 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나와 마주하며 이렇듯 가만히 앉아있다 더는 말이 필요없기에 2014. 03. 01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4.08.21
너 어둠이 쌓여 한 쪽 팔꿈치로 지그시 눌러 기대면 진한 커피향이 그립다 낯선 곳 바람소리도 그립고 네 발자국 소리도 사뭇 그립다 그리움이 깊어 시간은 거꾸로 흘러가고 세상은 네 눈 속에서 조금씩 지워져간다 먹먹한 울림에 가슴은 자꾸만 입으로 새어나오고 그저 들려오는건 네 목소..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4.08.21
인연 2 언제까지고 옆에 있으리라 여겼지만 문득 문득 멀어져 보일 때 이 삶이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을 것임을 시간은 결코 살아있는 것의 편이 아님을 네 눈과 네 말투와 잠긴듯한 네 맘에서 지난 세월의 덧없음이 묻어나고 아픔과 기쁨이 수시로 교차하고 절망과 희망이 켜켜이 쌓여가면 삶은.. 자작시4 (2012년 ~ 2020년)/"느티나무와 나비" - 연작시 2014.08.21
아직은 몸이 무너지니 마음도 무너지는가 아님 마음이 갈라진 틈새로 몸이 내려앉는 것인가 지금까지 배우고 간직해 온 것들은 온전히 사전이나 다른 이의 글속에서나 흔적이 남을 뿐. 살아서 숨쉬는 심장의 뜨거운 피가 쿵쿵거리는 삶의 기억은 없다. 난 나도 모르는 새 거미줄에 걸려 누가 쳐 ..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4.08.21
살아가면서 살아가면서 언제나 장애가 되는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난 항시 내 발에 걸려 넘어졌다 나의 익숙한 눈으로 보고 귀에 친근한 말을 들으며... 내 입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마치 내 몸 뒤로 한걸음이나 떨어져서 보는 듯 했다 내 앞에는 또 하나의 내가 있어 그 뒤에..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4.08.21
숙부님 별세 ( 숙부님 별세) 세상에 와서 하나의 인연이 이어져 맺어지기까지는 참으로 어렵거늘, 그 인연이 다할 때는 오랜만에 들려오는 나즉하면서 잠긴 목소리를 듣는 걸로 충분하다. 병실을 나서 새벽 미명으로 몸을 디밀 때, 차갑게 일어서는 세찬 바람결에 밤 하늘의 별들이 한 켠으로 밀려가..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4.08.21
밤이 깊은데 밤이 깊은데 바람은 쉼이 없는가 설핏 드러난 뼈에서 바람이 인다 소리를 내는 건 바람인가, 뼈인가 하얗게 도드라져 오히려 파르스름하게 날선 내 뼈에 달빛도 비껴서고 시간들만 수북히 쌓여간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꿈도 길어 질기디 질긴 이 꿈을 어디쯤에서 놓아야 할까 지금 이것을..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4.08.21
난 난 내게 묻는다 천길 벼랑에 서서 단 한걸음 내어 딛을건가 말건가 꿈이 깨면 나도 흩어지고 너도 사라지겠지만 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걸까 2013. 09. 22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3.10.07
추석 - 추 석 - 밤이 가는 길목에 가만히 엎드렸다 지나는 걸음마다 흥건한 자국이 남아 추석 달빛이 그 위를 파랗게 지우고 있다 새벽이 와서 그렇게 게워낸 무게만큼 가벼워진 몸을 일으키면 저만치 가버린 밤 그 뒷꿈치에 처연히 끌려가는 내 그림자에 그저 목례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2013. 09..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3.10.07
오월의 아이 - 오월의 아이 - 조태식 이제는 없는 기억으로 부드러운 속날개 여린 숨결로 면면히 하늘거려 가만히 쓰다듬다 하늘 한 자락에 두고 내려와 날개를 접은 채 내려와 오랜 시간 침묵으로 버틴 느티나무 아래에서 서로의 등을 기댄다 날개는 장식일 뿐 멀리 빛이 새어나오는 구름을 보면 날 .. 자작시4 (2012년 ~ 2020년)/"느티나무와 나비" - 연작시 2013.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