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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迷妄)
성긴 바람
대 숲을 휘돌고
그윽한 물소리
가만 가만히 가슴을 파고드는데
이 밤도 한 치 어둠에 묻혀
긴 숨만 새어 나오네
섬돌 위
가지런한 신발엔
길 잃은 산 그림자
한 밤 내도록 웅크려 숨죽이고
서걱이는 댓잎도
잠 못 이루는 듯 뒤척거리네
이른 봄
밤 향기 싸하니 시리어
홑이불 자락 살짝 당길라치면
지난 세월에 묻어두고
끝끝내 외면한 미망 끄트머리
슬그머니 고개 내미네.
(새벽 3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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