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3 (2010년~ 2011년 )

미망(迷妄)

시를 쓰는 공인중개사 조태식 2010. 10. 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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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망(迷妄)


성긴 바람

대 숲을 휘돌고

그윽한 물소리

가만 가만히 가슴을 파고드는데

이 밤도 한 치 어둠에 묻혀

긴 숨만 새어 나오네


섬돌 위

가지런한 신발엔

길 잃은 산 그림자

한 밤 내도록 웅크려 숨죽이고

서걱이는 댓잎도

잠 못 이루는 듯 뒤척거리네


이른 봄

밤 향기 싸하니 시리어

홑이불 자락 살짝 당길라치면

지난 세월에 묻어두고

끝끝내 외면한 미망 끄트머리

슬그머니 고개 내미네.

 

  (새벽 3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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