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먹먹하리만치 고요한 밤에
슬며시 깨어난 나의 의식은
텅 빈 듯 꽉 찬
도무지 옴축할 수조차 없는
허무의 공간속으로 끌려가고
시간이 멈춘 듯
여기서 난
더할 수 없이 커진 눈의
곤두선 털에 설핏설핏 경련이 이는
하찮은 짐승에 다름 아니다
심연의 늪인 양 질척이며
한 치 틈새도 없이 바싹바싹 조여 오는
이것들은 무엇인가
지난 세월동안 알게 모르게 버려 온
내 아픈 기억들의 절절한 몸부림인가
의식 저 너머에서
돌아보기조차 겁을 내는 나약함에 대한
다시금 잊혀지는 삶의 편린이 아니길 바라는
소리조차 없는 아우성이었던가
한없이 작아지는
차라리 애처롭기조차 하는 건
아마도 사십년 중반을 넘어서려는
또 다른 정신앓이, 자기연민이 아닐까 한다.
(2005. 02. 17. 목요일 새벽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