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2 (2005년~2009년)

외조모님전2

시를 쓰는 공인중개사 조태식 2010. 12. 9. 21:10

 

 

- 성누가병원에 입원중인 할머니께-

 

반쯤 뜨신 겐가, 감으신 겐가

팔십년 깊은 시름 차곡차곡 개어

병실 한 켠에 밀쳐두고

가만히 나를 건네보면 사십년 나의 삶이 안개처럼 스러진다

보고 계신건가

무심히 흐른 세월 따라 꿈인 냥 꿈인 냥

그저 한바탕 눈물진 춤사위인 것을

아직껏 안쓰러워 밥 먹었냐 물어보시는 외할머님

그윽한 눈길 속에

져가는 노을빛 세상보다

눈물이 비쳐 나올 듯 아름다운 시간들을 봅니다.

가만히 거친 손을 잡아갈라치면

무심히 지나친 내 삶들이

은빛 비늘 퍼득이며 소스라치고

따뜻하게 잡아오는 할머님의 깊디깊은 사랑 속에

내 지친 삶을 던져둔 채

이제는 사르시 눈을 감아 봅니다.

 

(2001. 10. 29 새벽 1: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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