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누가병원에 입원중인 할머니께-
반쯤 뜨신 겐가, 감으신 겐가
팔십년 깊은 시름 차곡차곡 개어
병실 한 켠에 밀쳐두고
가만히 나를 건네보면 사십년 나의 삶이 안개처럼 스러진다
보고 계신건가
무심히 흐른 세월 따라 꿈인 냥 꿈인 냥
그저 한바탕 눈물진 춤사위인 것을
아직껏 안쓰러워 밥 먹었냐 물어보시는 외할머님
그윽한 눈길 속에
져가는 노을빛 세상보다
눈물이 비쳐 나올 듯 아름다운 시간들을 봅니다.
가만히 거친 손을 잡아갈라치면
무심히 지나친 내 삶들이
은빛 비늘 퍼득이며 소스라치고
따뜻하게 잡아오는 할머님의 깊디깊은 사랑 속에
내 지친 삶을 던져둔 채
이제는 사르시 눈을 감아 봅니다.
(2001. 10. 29 새벽 1: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