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파도 낯빛 바꾸며
쏴하니 밀려왔다
하얗게 포말만 일으키고 미련없이 물러서면
모래 씻기운 자갈위로
흐트러진 자태의 미역 여기저기 나동그라지고
조개 줍는 아이들의 눈길이
바쁜 걸음 재촉하는 자그만 게 앞길을 막아간다.
물결 따라 잠겼다 떠오르는
매끄러운 바위 틈새로 조사들이 낚아 올린
놀래미 파드득 몸서리 칠 때
허공을 유영하는 갈매기 눈빛 아련하고
물 속 깊이 환히 비쳐지는 해초들
형형색색 춤사위 가만히 들여다 보노라면
어느새 져가는 노을이 등을 짚어 온다
듬성듬성 어우러진 바닷가 해송들 사이로
끈적한 바람 새어 나와
여름날 하루 어스름하게 지워갈 때
보이지 않는 저 끝 수평선 닿아 있을
하늘 한 귀퉁이에
모자란 삶의 허울 걸어두고
조심스레 밤의 끝자락 잡아 당겨 나를 덮어 간다
(2005. 08. 08일 오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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