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의 이마
푸른 힘줄 툭툭 불거지도록
어미의 휜 허리뼈 마디마디가 텅 비도록
삶과 맞서 물러서지 않았음에라
하늘 가득 먹장구름 덮여
그 깊은 산 온 몸 뒤채면
거치른 숨 연신 토하면서 계곡 쓸어 내리는
황토 그득한 저 거칠 것 없는 기세를 보라
무엇하나 버림이 없이 온 가슴으로 쓸어안고
잠시 비킴이 없이 낮은 곳으로 자신을 몰아가는
내 아비와 어미의 뒷모습을 보라
나는 그렇게 컸음에라
세월이 지나
지난 날 그 거센 시절 거슬러
한번 몸짓에 산 쩌렁쩌렁 울리던
은빛 찬연한 용트림 보고자 산을 오르니
바위 틈새 삐져나오는 자그만 물웅덩이 앞에 두고
그만 나는 목 놓아 울음 터트린다
이 가파른 세상에 남겨 둘
자식에 대한 사랑 진정 이러 하였음에라.
(2005. 08. 17 새벽 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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