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하늘 휘감아 올려
칠흑의 장막 드리우더니
세상이
노한 천둥소리에 진저리 치고
어둠 찢으며
앞 산 어림 내려 꽂는 섬광 벼락에
잠시 잠깐 고개 들던 그 큰 산 파랗게 질려 버린다
거친 폭우도 마구 흔들어 젖히는 바람결에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고
온 사방 미친 듯 부딪혀 간다.
누가 있어
온전히 하늘 바라볼 것인가
두 발 굳건히 하고 눈 부릅뜰 것인가
절로 고개 숙여지고 어깨 움츠려 드는
내가
어찌 살아 왔기에 이리도 두렵단 말인가
한없이 작아져 가는 내 존재에
난 또 어떤 말을 속삭여야 할까.
p.s : 남이섬에 애들을 데리고 갔다 오는 길에 청평에 들려 저녁을
먹는 사이, 하늘이 곧 내려 앉으리 만큼 흔들어대는 뇌성벽력에
잠시지간 두려움에 떨며 휘 몰아 치는 폭우를 피하지 못하고 연신
우산을 빗겨 들고 하늘을 보았다. 마치 내 머리위로 벼락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2005. 0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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