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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蛇腰)
그 매끄러운 몸뚱아리
파랗게 날선 풀을 딛고 억겁의 고요를 본다
긴 꿈은 여기도 흘러
타서 검붉은 대지는 호호의 정을 머금는다
하늘은 땅을 기대고
땅도 하늘을 기대어
이제는 하나로 서는구나
몸에 두른 허물이야
아름다운 빛살, 세월의 인고인데
가는 것은 가고
오는 것은 마침내 오는도다, 거침없는 공리여
창연한 적막에 일말의 분노도
원죄의 덧씌움도
오히려 벗겨진 누를 다시 감는구나
안으로는 독이 차오르고
뻗쳐 나오느니 기의 향기로운 고독
헐떡이는 혀를 보고 있는가
오를 하늘이 없음에라
다소곳이 허물을 감아 안고 밑으로 밑으로
새로운 생명의 인고를 느끼며.
(1988년 어귀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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