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스멀스멀
산머리 쓸어가다
촉촉이 젖은 머릿결 한껏 뒤로 잡아채어
하늘 가득
수막(水幕)이라도 드리우면
스며들던 빛살 七色으로 흩어지지만
서리 내린 논바닥엔
빈 몸으로 움츠리다 부여안다
밤이슬 녹여내던 볏짚만 널려있고
두렁길 막아서는
참새떼도 그 기억 잊은 지 오래건만
홑적삼 허수아비 먼 허공 바라보네
안개 쓸려 가면
황량한 들판 보듬어 갈
드리워질 볕 아직 남아 있을 것인가.
(2005. 10. 26 밤 8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