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삽재

시를 쓰는 공인중개사 조태식 2010. 12. 3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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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재엔

벙어리 꿈같은 비밀이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듯이

그렇게 울림이 있다

 

삽재엔 높다란 통신탑이 있고, 바람은 항시 그쯤에서

걸려 넘어지곤 했다. 산자락을 깔고 앉은 자그만 야적장엔

지친 바람의 푸념소리가 늘상 새어나오고, 언제부턴가

그곳엔 부산한 토종닭에게 둘러싸여 텅 빈 알을 품고 있는

그가 있었다. 밤이면 바람을 타고 우주의 끝 경계까지 가고

아침이면 야적장 귀퉁이 창고 방에서 부스스한 하루를 들고

나오곤 하는 그가 오늘은 잡목더미에 불을 붙인다.

너울너울 달려드는 불티가 하얗게 스러질 때까지 눈조차

깜빡이지 않는 그는 태우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걸까.

바람은 무심히 그쯤에서 걸려 넘어지고, 화톳불은 펄쩍 제자리를

뛰어올라 분분히 날리는 재가 눈인 것도 같고 가만히 내려

앉을 땐 그의 백발인 듯도 하다.

 

그는 그렇게

야적장 한 귀퉁이에서 五十年 삶을

바람에 날리며 하나의 소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2010. 12. 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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