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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 어둠이 묻혀가는 긴 침묵
언제부턴가
시간도 공간도 그 의미가 지워져버린
늪보다 더 질척이는 여기
하늘거리며 나비가 내린다, 날개를 접은 채 바람에 밀려
지친 나비를 바라만 보았는데 어느새 가슴에 들어온걸까
거친 숨이 내 몸을 울리고
가벼운 너무나도 가벼운 그 숨결이 만져지는
눈을 감아야 보이는
그 여린 심장에 나는 꿈을 꾸고 절망도 하고
숨 두어바퀴 돌리고
몇번의 날개짓이면 왔던 곳으로 갈터이지만
난 남김없이 내어놓고 먼 곳을 향해
언젠가 날아갈 그 곳을, 따라갈 수도 없는
거친 숨 가라앉으면 이별이 예정되지만
아직은 가녀린 몸짓을 가만히 보고 또 보면서
좁은 가슴에 머무는 이 순간만을 느끼며
언제라도 보낼 수 있게
준비된 이별을 내어놓을 수 있기를 항시 바라지만
머물다 머물다 날개짓을 잊으면
난 꽃이 아니기에
난 꽃이 아니기에 날려보내야 하는
따라갈 수 없는, 너가 왔던 그 곳으로
(2012. 6. 23 토요일 새벽 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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