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4 (2012년 ~ 2020년)/"섬" - 자전적 연작시

섬 7 - 역광장에서

시를 쓰는 공인중개사 조태식 2012. 6. 30. 02:07
반응형

이런 밤이면 역광장을 찾아

 

활활 타고 있는 나를

이것이 아닌데

이래서는 안 되는데

세상 속에서 순간의 욕망을 불씨로

 

채우지 못할

결코 채워지지 않는

진실인양 무한정 타오르는 그것은

내가 아름답게 치장한 음울한 욕정

 

쉬 식지 않을 것을 알지만

무작정 나를 이끈

역광장(驛廣場)의 밤

축축이 젖은 채 동그랗게 말려

 

그 옆에 누우면

절로 팔짱이 껴지고

더 이상의 몸짓도 없이 우린

그렇게 서로의 보이지 않는 벽에 기대어

 

세상은 잠들어 보여도

그 속은 얼마나 소란스러울건가

그들을 사로잡고 나 또한 사로잡힌

불면(不眠)의 시간

 

하얗게 타버리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알면서도

또 그렇게 타들어 가는

이 가벼운 삶

 

나는 나를 가만히 바라볼 뿐

이것도 인생이다

어찌 이지(理智)대로만 살 수 있으랴

마음 가는 데로 태우고 태우면

 

삶은 삶 그 자체로 존재할 뿐

오늘도

마음이 가면 나도 가고

그저 하나의 삶을 바라보고

 

그 속으로 깊숙이 침잠해

이제는 나도 축축이 젖어들어

이 미친 욕망이 내 삶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야만

 

부질없는 정욕이

나를 태우고 삶을 태우고

남은 재마져 남김없이 흩어지면

이 삶을 살긴 살았노라고 할 수 있을까

 

 

(2012년 6월 30일 토요일 새벽2시)

 

 

 

 

 

반응형

'자작시4 (2012년 ~ 2020년) > "섬" - 자전적 연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 8 - 야간질주  (0) 2012.07.08
섬 6 - 정욕(情欲)  (0) 2012.06.28
섬 5 - 런닝머신(Runningmachine)  (0) 2011.06.13
섬 4 - 시작(詩作)  (0) 2011.06.01
섬 3 - 기도(祈禱)   (0) 2011.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