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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밤이면 역광장을 찾아
활활 타고 있는 나를
이것이 아닌데
이래서는 안 되는데
세상 속에서 순간의 욕망을 불씨로
채우지 못할
결코 채워지지 않는
진실인양 무한정 타오르는 그것은
내가 아름답게 치장한 음울한 욕정
쉬 식지 않을 것을 알지만
무작정 나를 이끈
역광장(驛廣場)의 밤
축축이 젖은 채 동그랗게 말려
그 옆에 누우면
절로 팔짱이 껴지고
더 이상의 몸짓도 없이 우린
그렇게 서로의 보이지 않는 벽에 기대어
세상은 잠들어 보여도
그 속은 얼마나 소란스러울건가
그들을 사로잡고 나 또한 사로잡힌
불면(不眠)의 시간
하얗게 타버리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알면서도
또 그렇게 타들어 가는
이 가벼운 삶
나는 나를 가만히 바라볼 뿐
이것도 인생이다
어찌 이지(理智)대로만 살 수 있으랴
마음 가는 데로 태우고 태우면
삶은 삶 그 자체로 존재할 뿐
오늘도
마음이 가면 나도 가고
그저 하나의 삶을 바라보고
그 속으로 깊숙이 침잠해
이제는 나도 축축이 젖어들어
이 미친 욕망이 내 삶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야만
부질없는 정욕이
나를 태우고 삶을 태우고
남은 재마져 남김없이 흩어지면
이 삶을 살긴 살았노라고 할 수 있을까
(2012년 6월 30일 토요일 새벽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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