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바람과 밤

시를 쓰는 공인중개사 조태식 2018. 8. 3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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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과 밤 ]

 

바람소리가 눈으로 들어와 옆구리로 빠져나가기를 밤이 바람에 깎여 귀퉁이가 뭉텅 떨어져 나가기까지 쉬질 않는다

 

매서운 바람이 눈을 더듬으면

옆구리에선 바람소리가 나고

 

기억나지 않는 지난 기억인양

먼저 온 어둠을 밤이 말아갈 때

 

바람은 검어진 채로 밤을 내게로 밀어와 나는 속절없이 밤과 마주 앉아 바람의 얘기를 듣는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나의 얘기를 들을 뿐 바람은 제 얘기만 하다 밤이 더는 둘 사이를 막아주지 못할 때 그야말로 바람처럼 사라져갈 것이다

 

사는 것은 언제나 그런 식이다

 

(2015.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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