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물에서
어둠은 쉬 쓸려난다
바닥을 닦으며
모래에 쉬었다, 자갈을 안고 버티다
급히 돌아가는 물돌이에서
길게 한자락 소리로 풀어내고
오늘은 예서 자고 가자
어제는 오늘 같고
내일은 오늘 같으려나
어제의 상처는 오늘에 아물고
오늘의 상처는 언제나 아물런지
희미하게 떠오르는 새벽 미명에
깊어도
익숙해지면 얕아지고 마는
지금은 깊지만 곧 얕아질 물에서
어둠은 또 쓸려나지만
더 깊은 물에서 다시금 하루 묵어가자
하루에 하루를 흐르다
세월에 세월이 잊혀지는
어느 때인가
시퍼런 물 깊은 곳에서
바닥에 등 곧게 펴지는 날
어둠은
꺼멓게 맺힌 침묵을 꾸역꾸역 게워낼 수 있을까
(21.04.03 저녁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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