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로움]
외로움은 시간을 타고 조금씩 몸짓을 불려간다
어느 해였던가
음력 1월 세찬 겨울비에 연신 몸을 뒤틀며
영양군 청기면 정족리 305번지
그 산 위에서 부친의 상을 치르고
덜덜덜 몸을 떨며
혼자서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가 동그랗게 뭉쳐서 방 한 켠에 있었다
"잘 갔다 왔니?"
그리고 14년이 지난 7월 어느 날
또 다시 거친 여름비에 몸을 맡기고
영양군 청기면 정족리 305번지
그 산 위 아버지곁에 어머니를 두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니, 텅 빈 방에는
산 위에서 종일 퍼붓던 비가 먼저 와
동그랗게 뭉쳐 소리만 굴러 다니고 있었다
"잘 갔다 왔니?"
난 누구랑 얘기하는 것일까
그렇게 나의 외로움은
절정을 넘어 무뎌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외로움이 시간을 타고
점차 몸짓을 불려 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내 옆의 나보다 훨씬 커진
동그랗게 뭉친 외로움에 비스듬히 기대어
혼잣말이 어느새 익숙해져만 간다,
이제는
(21.04.14 새벽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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