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음인가.
자꾸만 배와 옆구리에 살이 붙어 바지가 쬐고 움직임도 여간 거북스러운 게 아니다.
남들이 보기엔 괜찮을지 몰라도 나 자신에겐 참으로 고민이다. 어떻게 살을 뺄까.
지금까진 오랜 시간동안 헬스 및 운동을 하여 조절해 왔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금새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다. 육체의 허약함이 이와 같아 잠시만 소홀히 하면 본시
몰랐던 것처럼 시침 뚝 떼고 돌아앉아 버린다. 그간 들인 수고로움이 허망하기 그지없다.
십여 년 헬스로 몸을 가꿔와 한동안은 멋진 몸매를 과시했지만 어느 순간 나이를 이기지
못하고 방심함에 그만 지나치리만큼 망가진 몸이 되어버리니 그간 들인 정성이 여간
무색한 것이 아니다.
인생이 이러한 것 같다.
아무리 많은 노력을 하고 정성을 쏟았더라도 결과가 그와 같지 않으면 누구도 그간
수고함에 대해 인정치 않고 단지 결과만 놓고 갑론을박할 뿐이다.
그래서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고 했던가.
아무튼 인생에 있어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으랴?
변하지 않는 것이 없을 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갈수록 들인 노력에 비해 결과는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 단지 그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 것이다.
만물의 삶에 있어 人生이 가장 피곤한 것 같다. 그리고 그건 스스로가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 진다. 다른 어느 생물이 몸 관리를 위해 먹을 것을 조절하고 남의 눈을 의식해
입을 것에 노심초사한단 말인가. 그리고 본능을 숨기기 위해 그렇게 거짓된 탈을 쓴단 말인가.
그렇다고 본능을 제어하고 조절한 것이 아니라 언제고 남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기회만
된다면 주저없이 본능에 휘둘릴 것이다. 참으로 한순간도 자유가 없는 삶이 아닌가.
뭇 생물들의 삶을 보라!
먹고 싶으면 배불리 먹으며 몸매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순순하여 그것을 숨기지
않으며 충족치 못하여도 원망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大自由를 마음껏 만끽하고 있질 않는가.
참으로 자신의 헛된 아집(我執) 및 스스로 만들어 세운 자아(自我)로부터 한순간에 벗어나,
살아 움직이는 즉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체(주인공)가 되어 한없는 自由속을 유영(遊泳)하고
싶을 따름이다.
(2010. 2. 3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