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에는 참으로 보기 드물게 혹한과 폭설이 겹치더니 오늘은 푸근한 비가
추적거리고 있다. 벌써 봄이 오려나.
계절은 자기 순서를 잊지 않고 맡은 바 본분에 따라 쉼없이 그리고 어김없이 순환을
하건만, 나는 무언가? 항시 욕심과 현실을 쫒아 같은 실수나 행위를 하고는
매번 후회를 함이 어김없는 순환이라 해야 할까.
한 지붕아래 두 가족이 사니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구나.
마음은 잠시도 멈춤이 없이 허상을 꾸며대고,
꼿꼿한 정신은 쉼 없이 마음의 부질없음을 비웃으니 참으로 한 몸을 꾸려가기가
이리도 어려운 것인가!
난 참으로 둔기(鈍器)인가 보다.
단박에 보고 깨달은 이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데 나는 끊임없이
오거니 가거니 하니 이런 둔재(鈍才)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도 여전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삶이란 것을 꾸려가 본다.
꿈은 길거나 짧거나 꿈에 지나지 않아 깨어보면 한순간에 잊혀지고 그저 아득하여
가물거리다가 스러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꿈이거나 본연의 것이거나 무어 다를 게 있으랴. 온 천지에 두루 다 펼쳐 놓았거늘
한 몸인 양 다른 몸인 양 어우러지고 모였다 흩어졌다 보였다 사라졌다 하면 그 뿐인 것을!
(2010. 2. 25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