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지금도 그러고 있다.
나를 에워싸고 있는 공간은 젖어서 눅눅하게 처져 내리고 나 역시 깊은 수렁 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다.
왜일까? 삶이란 것이.
한고비 넘을라치면 미처 숨 돌릴 겨를도 없이 감정의 자락을 움켜쥐고 마구 흔들어버림은.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없음을 인정은 하지만 그래도 기댈 수 있는 일말의 희망이라도
비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은 너무 이기적인 것인가, 아님 너무 객관적이라 무정해 보이는 것일까.
어찌하였든 허화(虛華) 또는 공화(空華)라 할지라도 보이는 세상이거늘 어찌 감정이 생기지
않을 것이며 그 아픔이 절절하지 않겠는가.
生死를 넘지 못함에 저편 언덕을 그리며 이 언덕에서 주저앉아 넋을 놓아 가슴을 쥐어
뜯어보지만 다 부질없는 꿈인 것을.
깨지 못하면 모든 것이 다 허망할 뿐 그저 깨어나던지 아님 꿈을 꾸던지 그 외 달리 무엇을
얘기하랴!
내가 나를 가만히 보노라면 참으로 가엽고 안타까워 절로 연민의 정을 느낀다.
웃고 울며 아닌 줄 알면서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냥 맴도는 참으로 약한 중생이 아닌가.
뭔가 나름 깨우침도 있으련만 세상의 물결이 일면 어느새 거칠게 요동치는 나를 보노라면
그간 고심한 것이 다 꿈이런가 싶다.
(2010. 2. 9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