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둥 마는 둥 하루 종일 잔뜩 흐려있네.
무엇을 봄도 없고 들음도 없는데 하루 온 종일 세상사 수다스러움이 내 몸을 들락날락
거리네.
머물 곳이 없어 그냥 스쳐 흐르지만 그렇다고 남의 일도 아니네.
모든 것이 하지 않아도 이뤄지지만 가만히 있음도 도리가 아니라서 나 나름대로 열심히
숨을 내어 쉬어도 보고 들여 쉬어도 보지만 뭔가 미심쩍은 게 없진 않아 그게 무엇일까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다 알지만 지금은 알지 못하는 그것이 나를 툭툭 치고 장난을
거는데 마땅히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헛기침 한번 하고 발길질 한번 하니 온
우주가 자연스레 제자리를 찾아가는구나.
무어 더 보탤 것이 있으랴. 모두가 구족(具足)하고 편안하니 이만하면 잘 지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아님 잘 흘러가고(변해가고) 있다고 해야 할까.
어느 것 하나 버릴 것도 없고 그렇다고 마땅히 가질만한 것도 없는데 그저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맞고 보내고 나 또한 그렇게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면서 오늘은 뭉쳐있고
내일 흩어져 있어 항시 머물지 않으나 한순간도 움직이지 않음을 아나니.
나를 봄에 있어, 안에 있는 내가 밖에 있는 나를 보고 밖에 있는 내가 안에 있는 나를 봄에
서로가 꼭 닮아 훗훗 웃음만 절로 흘리고 만다.
또 무슨 말을 더하랴!
(2010. 3. 4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