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무겁고 머리가 아프고 가만히 있어도 지친다.
몸이 아픈 걸까 아님 마음이 아픈 걸까 이도저도 아님 이 현상계가 아픈 걸까.
대체 어떤 것이 있어 다른 것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말인가.
스스로 흔들지 않으면 흔들릴 수 없거늘 이리도 흔들리니 나 스스로 흔드는 것인가.
왜 내가 나를 흔든단 말인가.
흐름은 항시 그대로 이거늘 느낌에 따라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고 맑았다 흐렸다 한다.
그렇다면 이 느낌은 또 어디서 오는 걸까. 원래 그것이 있는 것인가 아님 현상계의 흐름에
따른 자유로운 변화에 의함인가. 어찌 되었건 흐름 속에 상생(相生)하고 때론 상극(相剋)하는
일체의 사심(私心)이 없는 우주의 조화작용(造化作用)에 따름이니 나도 그렇게 흘러간다.
오늘 벽암록(碧巖錄)을 일독(一讀) 하였다. 얼마나 이해하였을까?
또 이것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던가? 선(禪)이란 것이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방편이지만,
禪에서도 깨달음이란 없다 하였거늘.
문득 얻은 듯도 하지만 돌아보면 원래 그리 있었던 것일 뿐. 단지 매양 보였으되 마음이 바빠
보면서 느끼지 못하였고, 들렸으되 마음이 바빠 듣지 못했음이 아니었던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진실이 세상 천지에 널려 있어 발에 툭툭 차이고 있거늘 또다시 무슨
진리가 필요해 가부좌 틀고 벽을 향해 자신을 몰아가는가!
난 아직도 모르겠다, 뭐가 뭔지.
그냥 오늘은 자리 깔고 깊은 꿈속에서 자유비행이나 해야 할까보다.
(2010. 3. 11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