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어떠한가!
웃고 싶은데 근엄하고 울고 싶은데 담담하며 말하고 싶은데 침묵하며 몸이 아픈데 왠 말은
그리 많은가. 자신을 제어하고 감정을 조절한다고 깨달음이 오는 것일까.
자기의 감정을 따르기도 그리 힘 드는데 어찌 크디 큰 진리의 길을 찾는가.
깨달음(진리)은 순응하는 데 있음이요, 자기와 남(분별의식)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는 자유
분방함에 그 묘용(妙用)이 있음이니. 사실 진리란 크다 적다할 것도 없이 그냥 고만고만한
것인데 괜스레 부풀려 오늘도 천지사방으로 헤매는 이 그 얼마이던가.
있는 자리에서 살고 죽으며 애쓰고 보듬으면 그 어느 것 하나 어긋남이 없이 진리의 삶이거늘
새삼 무엇이 더 있으랴.
그저 오늘을 순순히 살며 안팎을 텅 비워 들고 남이 자유자재이면 이미 모든 것 위에 우뚝
하거늘 고개 숙이거나 쳐들어 찾거나 내세울 것이 없다.
삶이란 흐름이요 변화이니 그저 순리대로 흘러가면 진리 또한 삶에 녹아들고 삶 또한
진리를 떠나지 않아 삶이 곧 진리요 진리가 곧 삶인 여여(如如)한 본성에 항시 텅 빈 고적함이
흐를 뿐이다.
뭐라 할 수 없는 고요, 따뜻하지도 차지도 않는 그 일렁거림을 어찌하면 좋을 것인가.
(2010. 3. 12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