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To. 세일에게

시를 쓰는 공인중개사 조태식 2010. 10. 1. 17:16

 

To. 세일에게


벌써 세 번째인가

세상일을 접고 절(寺)로 들어간 것이

아픈 몸 이끌고 그 모질고 허허로운 비정의 터를 찾아

또 얼마나 많은 아픔과 원망을 안고 갔으랴

버려라 

삶의 미련과 욕망과 그 헛됨을

방하착(放下着)이라

버리고 들어 간 것이 아니라 가슴에 담았다면

이제라도 내려놓고

저 사시사철 어김없이 돌아가는 자연의 순수함에

함빡 취해 어우러지고

한량없는 너그러움에 모든 것 던져놓아

더는 시간도 공간도 어쩌지 못하는

그 무한히 넘실거리는 우주의 숨결 따라 흘러보자

간다고 갈 수 있음도 아니고

멈춘다고 언제까지 머물 수 있음도 아니니

가진 것 밀쳐두고 바라는 것 절로 두어

몸이 가면 마음도 가고

마음이 가면 몸도 가는

몸을 잊으면 마음도 잊고, 마음을 잊으면 몸도 절로 잊혀져

지나감도 없고

다가옴도 없는 바로 여기에서

길게 기지개 한번 켜고 문득 일어나

감았던 눈 가만히 떠서

이곳이 긴 꿈을 꾸었던 바로 그 자리임을 확연히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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