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세일에게
벌써 세 번째인가
세상일을 접고 절(寺)로 들어간 것이
아픈 몸 이끌고 그 모질고 허허로운 비정의 터를 찾아
또 얼마나 많은 아픔과 원망을 안고 갔으랴
버려라
삶의 미련과 욕망과 그 헛됨을
방하착(放下着)이라
버리고 들어 간 것이 아니라 가슴에 담았다면
이제라도 내려놓고
저 사시사철 어김없이 돌아가는 자연의 순수함에
함빡 취해 어우러지고
한량없는 너그러움에 모든 것 던져놓아
더는 시간도 공간도 어쩌지 못하는
그 무한히 넘실거리는 우주의 숨결 따라 흘러보자
간다고 갈 수 있음도 아니고
멈춘다고 언제까지 머물 수 있음도 아니니
가진 것 밀쳐두고 바라는 것 절로 두어
몸이 가면 마음도 가고
마음이 가면 몸도 가는
몸을 잊으면 마음도 잊고, 마음을 잊으면 몸도 절로 잊혀져
지나감도 없고
다가옴도 없는 바로 여기에서
길게 기지개 한번 켜고 문득 일어나
감았던 눈 가만히 떠서
이곳이 긴 꿈을 꾸었던 바로 그 자리임을 확연히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