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마루 걸터앉아
붉그레한 미소 지으시고
내려서는 어둠에 자리 내어주지 마세요
마주 보고 서기엔
지금도 너무 가슴이 아려
낙조(落照)의 빛무리 따라 나서지만
자꾸만 멀어져
세월이 가져오는 망각의 씻어 내림에
말간 얼굴 하나 둘 주름만 늘고
희끗한 머리 거울로 비쳐와
할머니,
저도 이젠 많이 지쳤나 봐요
오늘은 그냥
언제나처럼 말없이 바라만 봐 주세요
흐를 눈물도 남은 것 같지 않아
가슴 한 켠으로 꽃물이 져오면
한 줌 바람에 날리우듯
그렇게 그렇게 가벼워질 거예요.
(2005. 12. 01 오후 7시가 지나)
시작후기 : 외조모님 첫 기일이 2005. 11. 16 (음 10.15)일이다.
세상살이에 지쳐 미처 챙기지 못했건만
아마 할머님께선 이해하시리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