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디션을 보는 날이다
삼천리 골골마다 치성이 넘치고
生命의 분방함에 哭聲이 새어나올 법도 하건만
有限의 生氣
끝없는 時空속으로 유영(游泳)치 못해
앞선 이 뒤를 쫒아 세월만 묶어 놓고
이제 무대에 나설 배역을 추려낸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던가
부모 형제들 스탭이나 매니져 되어
탈춤 마당축제 한 편의 희극(喜劇)이라도 연출할 듯
뜨거운 열기에 절로 식은 땀만 흐르는데
한 번의 NG도 용납치 않아
주연에서 조연으로 아님 엑스트라일 수 밖에
파르르 떨리는 어린 손 긴장으로 굳어지고
주어질 배역에 기대 어린 주변시선 더욱 두려웁다
줄거리만 있고 촬영은 로드무비로 이뤄져
마지막 종료 신호 떨어지기 까지
맡은 역할 놓치지 않으려 시선 한 곳에 멈추고
시나리오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지만
"지나는 행인 1"
"공사판 인부 2"가 될 지언정
어느 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한 명의 관객도 없는 전부 배우인 것을
장편 어쩌면 단편일 지도 모르는
정작 자신은 볼 수 없는 장례식장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사회인 양
단 한번의 상영으로 끝이 나고
돌아서 가는 길에
분장 지우니
그림자조차 따라 나설 줄 모른다.
(2005. 11. 23 오전 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