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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득 드르륵
“올 때 파 천원어치만 사온나”
번개시장
먹장구름 번개 천둥소리 부산한 움직임은
커녕 人跡도 드물다, 뭐 이런?
가게 문전에 널브러진 파 무더기
건너다보니 몰골이 부스스하다
찌푸린 나를 보더니 선뜻
안쪽의 사내를 불러낸다
“파 천원어치 주세요”
뚱한 표정의 사내, 이건 또 뭐?
그럼 다시 바꿔서
“파는 얼마나...” 에이 씨
사내의 주름은 살얼음 풀리듯
“한 단에 삼천원”
이럴 때 서부극에선 썰렁한 바람
먼지 두어 사발, 구르는 둥그런 풀 더미 같은
사내는 등 뒤에 있고
파 한 단이 앞서가고 있다
탕. 탕. 탕
가슴엔 구멍이 세 개나 뚫렸다
‘세 발’이라 써 놓고
경상도에선 ‘시발’이라 말한다
이런 시발
시장골목에 나앉은 온갖
것들이 나를 만만하게 본다
바람은 주머니를 제멋대로 들고나고
난 그냥 휘파람만 불고
두 귀를 손으로 감쌌다, 추운 날씨에.
2011. 1. 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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