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3 (2010년~ 2011년 )

파 한 단

시를 쓰는 공인중개사 조태식 2011. 1. 2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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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득 드르륵

“올 때 파 천원어치만 사온나”

 

번개시장

먹장구름 번개 천둥소리 부산한 움직임은

커녕 人跡도 드물다, 뭐 이런?

 

가게 문전에 널브러진 파 무더기

건너다보니 몰골이 부스스하다

 

찌푸린 나를 보더니 선뜻

안쪽의 사내를 불러낸다

“파 천원어치 주세요”

 

뚱한 표정의 사내, 이건 또 뭐?

그럼 다시 바꿔서

“파는 얼마나...” 에이 씨

 

사내의 주름은 살얼음 풀리듯

“한 단에 삼천원”

이럴 때 서부극에선 썰렁한 바람

먼지 두어 사발, 구르는 둥그런 풀 더미 같은

 

사내는 등 뒤에 있고

파 한 단이 앞서가고 있다

탕. 탕. 탕

가슴엔 구멍이 세 개나 뚫렸다

 

‘세 발’이라 써 놓고

경상도에선 ‘시발’이라 말한다

이런 시발

 

시장골목에 나앉은 온갖

것들이 나를 만만하게 본다

바람은 주머니를 제멋대로 들고나고

 

난 그냥 휘파람만 불고

두 귀를 손으로 감쌌다, 추운 날씨에.

 

2011. 1. 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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