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잠(睡眠)

시를 쓰는 공인중개사 조태식 2011. 6. 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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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세마네 동산에 남은 기력 쏟아내고

무슨 생각 있어 골고다 언덕까지 십자가를

옮겼을까, 그러니 곤한 잠 들 수밖에

 

보이는 것만 보는 것에 가슴이 시려

고삐 풀린 육신에 차꼬를 채워 닦달하니

굳이 보리수 그늘 아니라도 잠이 들 수밖에

 

깨어도 곧

긴 잠에 다시 들거나,

언젠가 다시 깨어나길 기다려야 할 만큼 곤한 삶

 

어찌 할 것인가, 그 잠 나도 한번 자보려면

깡그리 쏟아내면 절로 드는 잠이라지만

 

세상에 사뭇 친절한 척하던 노자도

정작 할 말은 하지 않은 채 시침만 떼고,

한번 잠이 드니 영 깨어날 생각이 없는 장자

 

주역 64괘(卦)를 굴려 보고

천부경 81자의 숫자도 이리저리 세어 보지만

世上만 보이고, 人間만 보이고, 나(我)만 보이고

쉼 없이 돌고 도는 순환 그 흐름의 無心함이라니

 

읽다가, 읽기만 하다가

정작 살지 못하고 삶조차 읽어버리고 만 지금

 

그 곤(困)한 잠

한번만 자도 다시는 잠들지 않는, 잠깨지 않는 그런 잠

나도 자 봤으면

 

나도 자 봤으면.

 

2011. 6. 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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