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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한 세상, 머리에 화로라도 인 듯
스멀스멀 등허리를 기는 땀
견디다 못해 하늘을 찢었다, 힘주어 찢었다
쏟아지거나 말거나
잽싸게 발을 털고 세상 밖으로 나가
낮과 밤이 항상 침침한
나직한 재 너머 허름한 암자(庵子)
뒤를 쫓아온 산 그림자에 하루를 내어주고
재래식 아궁이에 매운 연기를 피우며
후후 바람을 불다 눈물이라도 글썽이면
어느새 옆에 와 쪼그려 앉는 부처
밥 잘 지으면 불경도 염불도 부질없어
밥 지을 땐 밥만 짓고
밥 먹을 땐 밥만 먹는다면
겸상(兼床)한 부처를 일찌감치 재우고
연화좌(蓮華坐)에 대뜸 올라
밤이 새도록 지켜보리라
세상을
너를
그리고 나를.
2011. 6. 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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