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상의 하루는 항시 불공평하다 하루를 살되 같은 하루를 사는 이 누구이든가 하루라는 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진다 함은 그 기준이 무엇이든가 삶을 살아감에 각기 다른 무게의 시간들을 한 저울에 올려놓고 마음의 빗장을 건다 각자 자신만의 아픔을 양손에 나눠들고 서로의 눈을 피하며 중얼거리고 .. 자작시3 (2010년~ 2011년 ) 2010.12.07
어둠 어둠은 외발로 허공을 딛고 선 듯 그렇게 위태롭다 사뭇 시퍼런 서슬에 시간과 공간도 숨조차 죽이고 나 역시 올올이 해체되고 있다 더는 그 무엇도 아닐 때 어둠은 한걸음 옆으로 비켜서서 내 형체 너머로 널부러진 잔해를 넘겨다 본다 무엇인가 여긴 어디인가 아직껏 남은 의식 한 조각이 나를 찾아 .. 자작시3 (2010년~ 2011년 ) 2010.11.18
낯선 곳에서(2) 촉촉이 젖은 새벽이 창을 넘겨다보고 밤새 엉겨오던 찬바람이 슬며시 물러나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부스스한 모습으로 맞은 편 거울에 앉아 있는 이를 그냥 멀그레 마주 본다 얼마 동안이나 보고 있었던 것일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옆방에선 부산스런 움직임 끝에 문 여닫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 자작시3 (2010년~ 2011년 )/월간한울문학 출품작 2010.11.12
낯선 곳에서 섬광 그리고 천둥소리 뒤늦게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문경 마성면의 어느 한적한 채석장에 어둠이 흩뿌리기 시작한다 하나 둘 뿔뿔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고 문득 홀로 남은 나를 느낄 때 가로등 불빛도 흠뻑 젖은 몰골로 주저하고 있다 나 역시 시간에 이끌려 떠다니는 그들처럼 한 야산을 갉아먹던 .. 자작시3 (2010년~ 2011년 )/월간한울문학 출품작 2010.11.12
夜 어둠을 긴 자락인양 펼쳐놓고 향기 진한 적막이 먹먹하도록 밤은 부산을 떨며 멈춰서질 않는다 그림자조차 뒤쫓지 못해 멀뚱거리면 저만치서 호탕한 웃음소리 발길에 툭툭 채여온다 이제껏 밤은 낮을 기다릴 생각이 없음이다. 2010. 11. 02 (화) 자작시3 (2010년~ 2011년 ) 2010.11.08
山寺 인적드문 山寺에 홀로 머무는 바람 있어 때를 잊은 풍경소리, 둥글게 퍼지는 法音이여 밖에서 울리는가 내 안에서 울리는가 안과 밖을 여의니 온 山中이 禪定에 들고 三昧마져 밀쳐두니 나없는 세상, 겨울에도 꽃 향기 그윽하네. 2010. 11. 02 (화) 자작시3 (2010년~ 2011년 ) 2010.11.08
가을풍경 투명한 거리로 적막이 흐르고 휘도는 바람은 낙엽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만 잔뜩 움츠린 어깨엔 날 선 냉기만 감돈다 스쳐 흐르는 많은 사람들 난 움직일 줄 모르고 그저 덩그러니 남은 靜物인양 하다. 2010. 11. 1 (월) 자작시3 (2010년~ 2011년 ) 2010.11.08
연(緣) 꽃 진 자리 바람은 자취가 없다 하나가 가면 다시금 하나가 고개를 내어 밀지만 그 어디에도 머뭄이 없다 緣이 緣을 물고 因緣이 重疊되지만 이어지는 고리에 必緣은 없다 느슨한 매듭에 미련이 팽팽히 홀치고 있을 뿐 빈 방에 빛이 들면 飛散하는 먼지마다 形形色色 방안 가득 휘황할진대 視線은 아.. 자작시3 (2010년~ 2011년 )/월간한울문학 출품작 2010.11.08
가을들녘 때 이르다 싶은지 낙엽은 바람을 불러 날고뛰고 뒹굴어서라도 못다 간 길 가기 숨 가쁜데 푸근한 너털웃음에 고개 한껏 제킨 억새는 지천으로 흐드러져 한담(閑談)에 여념없네 낮거나 높거나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앉아 천리 서서 구만리를 보는 양 자못 허리 꼿꼿한 가을 山들은 겨울채비를 모른다 .. 자작시3 (2010년~ 2011년 ) 2010.11.05
歲月 예전엔 내가 바람인양 머뭄없이 흘렀는데 이제 머물려 해도 지난 세월이 바람이 되어 오늘도 길 위에서 멈추지 못하네 세상의 뿌리 깊지 않아도 한 生을 돌이켜 살만 했었음을 설핏 내비치는 미소로 대신하려 하네. 2010. 11. 05 (금) 자작시3 (2010년~ 2011년 ) 2010.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