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우(解雨)
- 해 우(解雨) - 창밖에 빗길을 가르는 차 소리가 요란스럽다 바닥을 끌고 나가는 묵직한 소음 마지못해 끌려가는 듯 뒤에 남겨진 소리들 못내 풀어헤쳐 앙금 남은 빗소리인가 아님 車 소리인가 비 소리도 아니고 차 소리도 아니니 겨우내 굽이굽이 서려 두었던 가슴 속 멍울이라 주절주절 풀어내고 흩어내어 한 시절 덧없는 흐름 따라 인연대로 지어지니 긴 잠 깨어 기지개 펴듯 툭 툭 털고 다시 앉아 텅 빈 시간을 보라 시간이랄 수도 없고 공간이랄 수도 없는 거기에 풀어낼 그 무엇도 없는 공허함조차 풀어 버리고자 비가 내린다 가거나 오거나 끌리는 소리를 달고 구석구석으로 치달으니 여기는 어디인가 안(內)인가 바깥(外)인가 아님 그 중간 어디쯤인가 그저 멍한 눈에 모든 것이 다 그대로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