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6/25) 이른 아침 짙은 안개를 쓸어가면 새벽 미명도 쓸려나고 곳곳에 너부러진 지난 밤 숱한 애환들이 먼지처럼 비산한다 눈물로 지샌 이들의 거친 한숨이 이즈러진 도시의 뒷길을 치달리고 난 새벽을 거슬러 밤으로 달리고 시간을 역주행 거침없이 나아가면 한순간 무중력 상태에 빠진다 활활 타오르던 욕.. 짧은 생각 2008.06.25
깊은 골 찾아들어(6월 23일 / 월) 깊은 골 찾아들어 너럭바위 걸터앉아 해인삼매 온 곳 모르고 갈 곳도 알지못해 가만히 눈 내려감고 한가닥 존재의 흔적을 따라가 본다 정작 마음은 간 곳 없고 몸만 덩그라니 정좌해 있네. 짧은 생각 2008.06.23
거듭나기 새는 알을 깨어야 비상(飛翔)이 시작되는 것을 거치른 세상 타고 앉기엔 몸짓이 너무 투박스러웠나 보다 구차스런 말 싫어 침묵한 것이 세치 혀를 감도는 변명조차 하지 못하고 어느 시인이 말하듯 수많은 인생의 갈래에서 가보지 않은 길 가려니 두려움은 차치하고 그런 길 어디에 있음인가 좁은 식.. 자작시3 (2010년~ 2011년 )/월간한울문학 출품작 2005.11.30
歸天 거의 다 온 것인가 어깨만큼이나 낮아진 하늘 항시 굳어있던 땅도 온기가 느껴지고 서서히 발목부터 잠겨 드는 것이 그저 스치기만 하던 바람도 조금씩 말을 건네 오는데 이제는 들을 준비가 된 듯하다 돌아봄에 흔들림 없고 미련도 훌훌 털어 그저 애잔할 뿐 언제라도 떠남에 발길 가벼우리라 남은 .. 자작시3 (2010년~ 2011년 )/월간한울문학 출품작 2005.11.06
벽(壁) 어떻게 살아 온 삶인데 壁 볼 수도 만져 지지도 않아 다만 느낄 뿐 왜인가 여기 날 막아 서는 건 넘으라는 건가 아님 돌아 가라는 돌아 갈 곳 없어 넘어 설 수도 없음이련가 이 자리 돌아 그냥 그렇게 맴 돌아도 살아 있는데 삶이 만져 지지 않아 내 안에 내가 없음인가 턱 턱 갈라지는 숨결이나마 간간.. 자작시3 (2010년~ 2011년 )/월간한울문학 출품작 200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