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 창 너머
거침없이 바다로부터 달려 온 맹렬함이
힘겹게 미시령 넘어서던 후즐끈한 바람에 맞서
거치른 드잡이 있었음을 안다
눈은 자꾸만 감겨오는데
잿빛 드리워진 강
두터운 의식의 각질 연신 두드리며
가쁜 숨소리조차 흘리지 않는구나
얼어붙은 빙판 밑으로
미련두지 않으려 가만히 밀려가는데
어느 구비에 다름 있었던가
남한강-북한강-소양강이라니
한계령 비켜서
진부령 바라보다
무슨 의미 있어 미시령 넘어갈까 만은
거친 속살로
마른 풀 길게 풀어 내리는
허옇게 굳어진 절벽의 기암괴석들이야
멀리 바다만 바라고
세찬 바람에 쉼 없이 흔들려 왔건만
어느 모텔 창 너머로
가로등 불빛만 청초호 밤물결에 밀려가다
발그레 낯붉히며 호면(湖面)에 누워버린다
이제 감겨진 눈으로도
오늘 하루 저물었음을 알겠네.
(2005. 12. 18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