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2 (2005년~2009년)

청초호에서(속초)

시를 쓰는 공인중개사 조태식 2010. 12. 9. 23:10

 

5층 창 너머

거침없이 바다로부터 달려 온 맹렬함이

힘겹게 미시령 넘어서던 후즐끈한 바람에 맞서

거치른 드잡이 있었음을 안다

 

눈은 자꾸만 감겨오는데

 

잿빛 드리워진 강

두터운 의식의 각질 연신 두드리며

가쁜 숨소리조차 흘리지 않는구나

 

얼어붙은 빙판 밑으로

미련두지 않으려 가만히 밀려가는데

어느 구비에 다름 있었던가

 

남한강-북한강-소양강이라니

 

한계령 비켜서

진부령 바라보다

무슨 의미 있어 미시령 넘어갈까 만은

 

거친 속살로

마른 풀 길게 풀어 내리는

허옇게 굳어진 절벽의 기암괴석들이야

 

멀리 바다만 바라고

세찬 바람에 쉼 없이 흔들려 왔건만

 

어느 모텔 창 너머로

가로등 불빛만 청초호 밤물결에 밀려가다

발그레 낯붉히며 호면(湖面)에 누워버린다

 

이제 감겨진 눈으로도

오늘 하루 저물었음을 알겠네.

  

(2005. 12. 18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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