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은 따사로운데
햇볕은 따사로운데 바람은 차다. 우주의 흐름은 고요한데 뜨겁지도 차지도 않으며 느낌이 없지도 있지도 않지만 따사로운 빛처럼 나른하다. 다만 마음의 흐름이 거칠거나 멈추거나 한시도 일정치 않아 차가운 듯하다. 책을 읽음에 구절구절에 막히니 잠시 책을 덮고 멍하니 하늘을 본다. 지해(知解)도 둔하고 지혜(智慧)도 엷어 봐도 멍하고 들어도 웅웅거림만 있다. 본시 온 곳도 모르고 갈 곳도 모르며 지금 이 자리도 알 지 못한다. 천길 벼랑에 서서 끊어진 경계에 한걸음 크게 내디뎌야 하거늘 꽉 달라붙은 발등 위로 온갖 망념만 흩어졌다 모였다 하는구나. 버려야 함에도 버리지 못하고 가질 수 없음에도 막연히 갖고자 바라니 한순간인들 고요할 수 있을 것인가. 마음이 마음을 속이고 몸이 몸을 제압하여 문득 멈추어 본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