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가져올 유혹 4월의 철쭉은 짙은 황사속에 미려한 자태 숨기우고 굳이 유혹의 향기 흘리지 않지만 밤새 봄을 재촉하는 비의 손길을 어찌 뿌리칠 수 있을까 어두운 하늘에 아직 남은 구름이 있어 한낮의 열기 때 이른 줄 알지만 머잖아 찾아올 그 화려한 계절의 향연을 위하여 이제 조금씩 마음의 빗장을 열어두고 예..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불면의 밤 밤이 녹아 내리면 불면의 속살거림이 존재의 귀퉁이를 슬어낸다 새벽녘 뽀얗게 물안개 피어오르듯 시간에 던져진 몸뚱아리에선 남은 생기가 허욕의 무절제 속으로 비산하고 있다 비장한 선율의 울림이 언제나 가슴을 휘돌 듯 삶이여 이제 다시는 돌아보지 말지어다 미련의 흔적들이 벽속으로 스며들..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겨울새벽 겨울새벽이 들릴 듯 말 듯 쨍그렁 쨍그렁 거리고 파르스름한 산들은 잔뜩 움츠린 채 미동조차 않는다. 잔뜩 날 선 고요는 자그만 흐트러짐에도 가늘게 뜬 눈 사이로 냉기를 흘려 강은 기척도 내지 못하고 소리 없이 흐른다. 겨우내 얼어붙던 마음 한 켠에서 쩡 쩡 금 가는 소리가 들린다. (2006. 02. 03)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외조모님 3 서산마루 걸터앉아 붉그레한 미소 지으시고 내려서는 어둠에 자리 내어주지 마세요 마주 보고 서기엔 지금도 너무 가슴이 아려 낙조(落照)의 빛무리 따라 나서지만 자꾸만 멀어져 세월이 가져오는 망각의 씻어 내림에 말간 얼굴 하나 둘 주름만 늘고 희끗한 머리 거울로 비쳐와 할머니, 저도 이젠 많..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세상살이 감은 눈 뜨지 마라 감은 채 뜨지 마라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발밑 안개 스러지면 만장절벽(萬丈絶壁) 감아도는 매서운 칼바람만 있는게 아니다 지척을 넘나들며 뼛마디 틈새로 하얀 속살 밀어낸들 저 번뜩이는 인광(燐光)이 뜨거울 줄 알았더냐 제각기 갈아대는 시린 삶의 날카로운 시각(視覺)에 베..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思念 길게 누워 버린 都市는 좀체 움직이질 않는다 밤을 타고 넘어가는 새벽은 가쁜 숨 하얗게 토해 놓는데 시간의 맥(脈) 끊을 힘도 없으면서 아는 척 할 리 있으랴 만은 옷매무새 가다듬고 가까이 다가서서 지레 헛기침만 뱉어 보는구나 가만히 흔들리는 상(像)을 보라 보이는 것이 마음에 남아 있던가 남..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수능시험일 오늘은 오디션을 보는 날이다 삼천리 골골마다 치성이 넘치고 生命의 분방함에 哭聲이 새어나올 법도 하건만 有限의 生氣 끝없는 時空속으로 유영(游泳)치 못해 앞선 이 뒤를 쫒아 세월만 묶어 놓고 이제 무대에 나설 배역을 추려낸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던가 부모 형제들 스탭이나 매니져 되어 탈춤 ..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여담(餘談) 2 문득 잠에서 깬 듯 하더라 거울에 비쳐 귀밑머리 희어진 이 낯설고도 익숙하구나 지나온 세월 두 손으로 헤어보니 네 번을 접고도 남음이 있어 지나는 객(客)에게 내 안부 물어보네 그간 내게 무슨 일 있었는지 꿈도 다하고 하늘마저 끊어져 꽃 진 자리 찬 서리 내려 앉아라 아서라, 客이여 대답 궁하면..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晩秋之雨 별도 뜨지 않은 밤 뜬금없이 천둥소리 요란터니 늦가을 소낙비 어둠을 적시고 늦을세라 따라붙은 세찬 바람 골목 골목 돌아드니 아직은 머물고픈 이파리 落葉되어 스러지네 한 치 앞을 어찌 내다보랴 만은 매몰차게 나아가는 世上事 順理라 하네 그런 게 順理라 하네 문턱 수북이 젖은 落葉 차마 쓸어..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木爐酒店 골목길 접어들어 희미한 가로등 연신 깜박이는 거기 빛바랜 목로주점 늦도록 불 밝히고 창 너머 구석진 자리 삶에 지친 이들이 두고 간 얘기들 쓰러진 빈 술병처럼 이리저리 굴러 다닌다 그 어디쯤엔가 구겨지고 찢어 진 나의 흔적이 다른 이의 아픔에 숨죽이고 있으련만 소란스럽던 시간도 이제는 물..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