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痕迹) 앞 물결 가면 뒷 물결 밀려온다 머물지 마라 어차피 흔적조차 지워질 걸 채이고 밟혀 부서지지 마라 하늘 빛 스미지 못하고 깊은 바닥조차 드러내지 못할 때 떠남에 주저치 마라 萬事 제 몫이 있기 마련이다 길지도 짧지도 않게 단지 그 만큼의 미련 남기고 이제 툭 툭 털고 일어나 그렇게 그렇게 갈 일..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보리밭 붉은 황토 지천으로 타오른다 업(業)인 양 얼기설기 감아 안고 가는 걸음 천근(千斤)이 가벼울까 나즈막한 언덕길도 숨 가쁘다 뒤틀린 노송(老松)이야 지긋한 눈가 옅은 미소 드리우고 바람따라 잔솔가지 흘리겠지만 하늘인 듯 땅인 듯 푸른 물결 일렁이는 대궁 곧은 보리여! 봄이야 오고 또 가는 것을 ..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창 너머 萬象이 멈춰 창 너머 萬象이 멈춰 눈길 돌리면 절로 흐르는지 다시금 돌아보면 멈춰진 그 것 무언가 다름이 있다 여기 선 채 창 너머 萬象을 보노라면 그 또한 그렇게 나를 본다 지금 그가 예전의 그가 아닐 지라도 흘러야 한다면 그리 함이 아니 흐른 듯 날 바라 보아도 난 이미 그 때의 내가 아닌 걸 알면서 마주 ..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삶이란 세월이 지남에 따라 더불어 있는 시간보다 홀로 남겨진 시간이 더 많아 가끔씩은 외롭지만 그래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가야 한다면 그런 것이 인생이라면 서로의 만남에는 배려하는 편안함과 자신의 인생을 꿋꿋이 헤쳐 나가도록 걸림이 되지 않는 깔끔함을 마치 기러기가 날아도 물위에 그림자를 남..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삶이란 2 가는 세월 붙잡고 덥썩 끌어안는 겨울 살짝 비켜서니 내 언제 40여년의 삶 살아 왔던가. 꿈인 듯 아린 시간들은 이미 저만큼 물러섰고, 이제라도 반가이 부르며 나를 성큼 안아줄 것 같은 아버진 벌써 오래전 세상 뜨시고 가신 흔적엔 마른 풀만 동그마니 남아 있어 나 역시 내 아이들이 세월의 무상함 ..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외조모님전2 - 성누가병원에 입원중인 할머니께- 반쯤 뜨신 겐가, 감으신 겐가 팔십년 깊은 시름 차곡차곡 개어 병실 한 켠에 밀쳐두고 가만히 나를 건네보면 사십년 나의 삶이 안개처럼 스러진다 보고 계신건가 무심히 흐른 세월 따라 꿈인 냥 꿈인 냥 그저 한바탕 눈물진 춤사위인 것을 아직껏 안쓰러워 밥 먹었..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삶이 귀가 먹먹하리만치 고요한 밤에 슬며시 깨어난 나의 의식은 텅 빈 듯 꽉 찬 도무지 옴축할 수조차 없는 허무의 공간속으로 끌려가고 시간이 멈춘 듯 여기서 난 더할 수 없이 커진 눈의 곤두선 털에 설핏설핏 경련이 이는 하찮은 짐승에 다름 아니다 심연의 늪인 양 질척이며 한 치 틈새도 없이 바싹바..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북한강의 새벽 먼 산 기슭 딛고 내려서던 푸근한 구름 한 자락 길게 팔 뻗어 순백의 은빛 망사로 이제서야 깨어나려는 새벽을 낚는다 설핏 설핏 드러나는 흐릿한 산 골짝 미끄러져 수면 가득 물안개 피어 올리면 옅은 어둠속 낯익은 풍경이 해말간 모습으로 솟아나고 하루를 여는 생명의 기운들 하나 둘 긴 기지개 켜..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동해에서 검푸른 파도 낯빛 바꾸며 쏴하니 밀려왔다 하얗게 포말만 일으키고 미련없이 물러서면 모래 씻기운 자갈위로 흐트러진 자태의 미역 여기저기 나동그라지고 조개 줍는 아이들의 눈길이 바쁜 걸음 재촉하는 자그만 게 앞길을 막아간다. 물결 따라 잠겼다 떠오르는 매끄러운 바위 틈새로 조사들이 낚아 ..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9
海松을 기리며 지축을 울리며 내게로 오라 천년의 세월 뒤로하고 가파른 벼랑 쉴 새 없이 내려치는 거친 파도 발끝으로 차올리며 시간을 딛고 공간을 밀치며 그렇게 내게로 오라 얼마나 버텨온 삶 이던가 검붉은 하늘에 머리 디밀고 몸뚱아리 하나로 버텨 채이고 뒤틀린 가지 끝에 아직껏 푸른 잎새 흔들릴 때 다시..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