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모님께 바치는 글 아비의 이마 푸른 힘줄 툭툭 불거지도록 어미의 휜 허리뼈 마디마디가 텅 비도록 삶과 맞서 물러서지 않았음에라 하늘 가득 먹장구름 덮여 그 깊은 산 온 몸 뒤채면 거치른 숨 연신 토하면서 계곡 쓸어 내리는 황토 그득한 저 거칠 것 없는 기세를 보라 무엇하나 버림이 없이 온 가슴으로 쓸어안고 잠..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8
뇌성폭우가 쏟아지는 청평에서 한순간 하늘 휘감아 올려 칠흑의 장막 드리우더니 세상이 노한 천둥소리에 진저리 치고 어둠 찢으며 앞 산 어림 내려 꽂는 섬광 벼락에 잠시 잠깐 고개 들던 그 큰 산 파랗게 질려 버린다 거친 폭우도 마구 흔들어 젖히는 바람결에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고 온 사방 미친 듯 부딪혀 간다. 누가 있어 온..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8
회 상 얼마나 오랜 시간 그리 왔을까 황토먼지 옷깃에 치렁치렁 매어달고 멀거니 바라보며 멈춰 서버린 삶의 열정은 예서 얼마큼이나 멀어 졌을까 못다 한 말 남았음 무엇하리 시간은 저 홀로 휘적휘적 가버리는데 자꾸만 지워지고 또 지워져 지난 시절 무슨 일 있었던가 불쑥 땅에서 솟은 양 아무런 기억이..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8
소백산 거칠고 투박스런 시간이었다 묵묵히 기다리는 동안 가차없이 뱉어내는 폭우와 신경질적으로 휘두르는 폭염에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변덕스런 여름도 제 시간 이기지 못하고 뒤돌아서 힐끔거리는데 넌 아직껏 미동조차 않는구나 백두대간 구비 구비 내딛다가 한순간 머뭄이 비로봉..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8
길 위에서 가다가다 지치면 어디든 주저앉아 지나온 시간들 찢고 찢고 또 찢어 휭 하니 날려 보내도 아직껏 길 위에서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이 길 위에서 멀리 산 사이로 스며드는 저기면 고단한 여정 긴 꿈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길이 흘러 간다 저 홀로 건들거리며 그렇게 간다 남은 시간 하나 둘 쌓아 올리다 ..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8
동 행 휘영청 밝은 달이 구름을 타네 사라락 풀어내는 밤을 따라 귀뚜리 울음소리야 서걱이는 갈대밭에 던져두고 님 마중 가자 가자, 그림자 앞세우고 산자락 살그머니 내려와 동구 밖 느티나무 등걸타고 앉았구나 어둠 닿는 님의 걸음 사쁜사쁜 내 가슴 디뎌 오시라 님 그림자 지울세라 한걸음 비켜서니 시..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8
추 석 가을 깊어가는 한가위라 오가는 발걸음 가벼웁고 스치는 이 정겨워도 알 수 없어라, 그 마음을 세상사 훌훌 털며 떠난 이 돌아오고 마주 잡는 손길마다 느껴나질까, 지나 온 세상살이 한 때면 어떠리 만나나 보고 떠날지라 삶은 길지 않나니 눈물 아니 감춰도 아! 한가위 달은 밝기도 하련만. (2005. 09. 08..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8
길 위에서 2 하늘 길 잃고 무리지어 세상 길을 흐른다 어깨에 손 얹고 서로를 들여다 보는 이여! 주머니 안에서 다소곳한 내 손들이 식은 땀 흘리며 떨고 있기에 쇼 윈도우에 우두커니 선 낯선 나를 본다 삶을 얘기하기엔 너무 젊고 열정을 말하기엔 많은 세월이 있었음을 같이 걸어도 눈길 닿는 곳 다르고 잡은 손 ..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8
山房에서 낭낭한 목탁소리 산 구비 구비 돌아나고 귓전 풍경소리 처마 끝에 달려 섬돌 위 흰 고무신 나란하다 웅크려 경전 읊조리는 저 노스님 부처는 간 곳 없다 허물 벗는 인고의 신음이련가 불당 뒷 켠 대숲 따라 바람마저 잦아들면 오롯한 한 시절 덧없어라 山房 가득 침묵만 내려앉아 저무는 山寺에 시간도..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8
새벽기도 가시는 어머님 고단한 몸 흠칫 떨려 새벽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내 눈 4시를 가르킨다 새벽기도 준비 하시는 어머님 어둠 속 희끗한 움직임에 새로이 하루가 열리면 어떤 마음 안고 새벽길 내닿으시나 모릅니다, 몰라요 절 향한 마음 눈물로 흐른대도 그 마음 다 알기엔 아직 이른 새벽이니까요 이 밤 다하고 내 꿈 .. 자작시2 (2005년~2009년) 2010.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