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둠이 쌓여 한 쪽 팔꿈치로 지그시 눌러 기대면 진한 커피향이 그립다 낯선 곳 바람소리도 그립고 네 발자국 소리도 사뭇 그립다 그리움이 깊어 시간은 거꾸로 흘러가고 세상은 네 눈 속에서 조금씩 지워져간다 먹먹한 울림에 가슴은 자꾸만 입으로 새어나오고 그저 들려오는건 네 목소..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4.08.21
아직은 몸이 무너지니 마음도 무너지는가 아님 마음이 갈라진 틈새로 몸이 내려앉는 것인가 지금까지 배우고 간직해 온 것들은 온전히 사전이나 다른 이의 글속에서나 흔적이 남을 뿐. 살아서 숨쉬는 심장의 뜨거운 피가 쿵쿵거리는 삶의 기억은 없다. 난 나도 모르는 새 거미줄에 걸려 누가 쳐 ..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4.08.21
살아가면서 살아가면서 언제나 장애가 되는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난 항시 내 발에 걸려 넘어졌다 나의 익숙한 눈으로 보고 귀에 친근한 말을 들으며... 내 입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마치 내 몸 뒤로 한걸음이나 떨어져서 보는 듯 했다 내 앞에는 또 하나의 내가 있어 그 뒤에..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4.08.21
숙부님 별세 ( 숙부님 별세) 세상에 와서 하나의 인연이 이어져 맺어지기까지는 참으로 어렵거늘, 그 인연이 다할 때는 오랜만에 들려오는 나즉하면서 잠긴 목소리를 듣는 걸로 충분하다. 병실을 나서 새벽 미명으로 몸을 디밀 때, 차갑게 일어서는 세찬 바람결에 밤 하늘의 별들이 한 켠으로 밀려가..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4.08.21
밤이 깊은데 밤이 깊은데 바람은 쉼이 없는가 설핏 드러난 뼈에서 바람이 인다 소리를 내는 건 바람인가, 뼈인가 하얗게 도드라져 오히려 파르스름하게 날선 내 뼈에 달빛도 비껴서고 시간들만 수북히 쌓여간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꿈도 길어 질기디 질긴 이 꿈을 어디쯤에서 놓아야 할까 지금 이것을..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4.08.21
난 난 내게 묻는다 천길 벼랑에 서서 단 한걸음 내어 딛을건가 말건가 꿈이 깨면 나도 흩어지고 너도 사라지겠지만 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걸까 2013. 09. 22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3.10.07
추석 - 추 석 - 밤이 가는 길목에 가만히 엎드렸다 지나는 걸음마다 흥건한 자국이 남아 추석 달빛이 그 위를 파랗게 지우고 있다 새벽이 와서 그렇게 게워낸 무게만큼 가벼워진 몸을 일으키면 저만치 가버린 밤 그 뒷꿈치에 처연히 끌려가는 내 그림자에 그저 목례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2013. 09..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3.10.07
혼자라는 것이 혼자 밥상머리에 앉아 멀건 국이 식을 때까지 얼굴을 비추고 번번이 반찬이 마를 때까지 마주하노라면 밥을 먹는 것이 두렵다 밥 먹는 만큼이나 사는 것도 두렵다 혼자라는 것이 이토록 두려울진대 홀로 와서 홀로 살다 그렇게 혼자 가는 것을 알기까지 이 삶은 결코 함께 하는 것을 바라..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3.05.17
존재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향기가 있다 자신의 향기를 맡는 자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롭지만 그렇지 못한 자 시공간에 갇혀 향기를 보려고만 한다 눈 먼 자 등불에 연연하듯 온갖 향수를 몸에 두르고 가만히 앉아 감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자여 그대는 무엇으로 향기를 느끼려는가 봐서도 ..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3.05.17
외줄을 탄다 외줄을 탄다 아득한 고공에서 바람에 맞서 외줄을 타는 줄로만 알았다 무섭지만 지치지만 오히려 가벼워져 버리면 내가 보는 것은 부드러운 터치의 파스텔톤 내가 듣는 것은 가만히 울리는 존재의 흐름과 변이 외줄을 타는 듯 나를 지탱해온 건 바람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저 바람을 .. 자작시4 (2012년 ~ 2020년)/미공개작 A 2013.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