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한번의 만남이 있기까지 긴 긴 세월의 침묵을 딛고 적막한 공간의 터널을 지나 인연의 한올 한올을 씨줄로 얽어매고 날줄로 감아내려 한자락 스침의 기약을 두나니. (2008. 08. 25) 자작시2 (2005년~2009년) 2008.08.25
살아가면서 몸이야 가던지 마음은 제자리 지키고 마음이 가고자 하니 몸 또한 미동조차 않는구나 무상타 무상타 하더니 어찌 이리도 무상할까 이제 소리없는 소리를 따라 나아가지 않는 걸음 디디며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뒷그림자 밟으며 돌아가리라 (2008. 08. 18) 짧은 생각 2008.08.18
팔공산을 지나며 하늘도 힘겨운 듯 한순간 폭우 쏟아내려 가던 걸음 멈추고야 마는데 어느새 기운 차렸을까 팔공산 허리에 뽀얀 구름 걸어두고 산기슭마다 물안개 슬금슬금 기어오르네 한바탕 목간 끝낸 세상 천진한 아기마냥 방실거리는데 여긴 아마도 세상 밖의 세상이 아닐까 짧은 생각 2008.08.18
기다림 가야 하는 이들은 서둘러 떠나고 기다림은 아직 그치질 않는데 인생의 모퉁이를 돌아갈 때마다 낯선 미지의 기대보다 알 수 없는 불안과 바닥없이 추락하는 절망에 절로 몸이 움츠려든다 홀로 왔다면 그리 빈 손 저으며 가면 될 것을 오늘도 메마른 길 위에서 멀거니 텅 빈 하늘을 쳐다본다 (2008. 08. 07).. 자작시2 (2005년~2009년) 2008.08.07
어느 여름날 하늘을 가리려는 듯 밤새 몸부림치던 비도 새벽 미명에 희미한 잔상만 남겨놓고 너울지던 검푸른 구름 한켠으로 비껴날 때 여름을 가로지르던 어느 하루가 실루엣처럼 드리워진 후끈한 열기에 낡은 커튼마냥 후즐그레 처져 내린다 짧은 생각 2008.07.24
간밤에 내린 비 새벽녘 귓전 두드리는 빗소리에 설핏 잠에서 깨어나니 촉촉히 젖은 세상 잔뜩 웅크려 쌓이고 쌓인 설움 밤새도록 올올이 풀어내고 있었던가 긴 숨 들이키고 한걸음 내딛으니 알싸한 내음의 비린 바람이 칭얼거리는 애기마냥 사뭇 가슴을 파고드네 카테고리 없음 2008.07.17
어둠이 내리면 어둠이 내리면 물소리를 거슬러 퍼득이는 비늘 세우고 하늘로 솟구친다 하루의 너절한 잔재들을 밤으로 가리고 나만의 공간을 향해 시간이 멈출 때까지 달리다가 마침내 하늘로 날아 오른다 자작시2 (2005년~2009년) 2008.07.10
열대야 탄다 탄다 가뭄에 논바닥 타듯이 농민들 가슴도 타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정국에 국민들 가슴도 타고 끝없이 치솟는 유가에 세계경제가 타고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네가 사는 지구가 탄다 나는 모르지만 알 수도 없겠지만 촛불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유력인사 몇이서 세계를 안정시킬 수 있을.. 짧은 생각 2008.07.10
새벽 인력시장 뒤척이고 뒤척이다 밤을 새우고 새벽을 따라 거리로 흘러나왔다 시간은 뒷짐을 지고 골목 곳곳에서 어슬렁거리는데 한자리에 선 채 더이상 나아갈 수 없는 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다시금 어제와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언제까지고 이 자리를 맴도는 이들에게 내일이란 이미 탈색한 세월에 불과할.. 자작시3 (2010년~ 2011년 )/월간한울문학 출품작 2008.07.04
새벽녘 잔뜩 찌푸린 새벽 하늘이 텅 빈 거리에 내려선다 아직 부시시한 모습으로 그저 웃을뿐 사는 동안은 마음이 가는대로 흘러 슬프거나 기쁘거나 오늘 내딛는 이 한걸음 늦추지 말기를. 짧은 생각 2008.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