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풍경 투명한 거리로 적막이 흐르고 휘도는 바람은 낙엽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만 잔뜩 움츠린 어깨엔 날 선 냉기만 감돈다 스쳐 흐르는 많은 사람들 난 움직일 줄 모르고 그저 덩그러니 남은 靜物인양 하다. 2010. 11. 1 (월) 자작시3 (2010년~ 2011년 ) 2010.11.08
연(緣) 꽃 진 자리 바람은 자취가 없다 하나가 가면 다시금 하나가 고개를 내어 밀지만 그 어디에도 머뭄이 없다 緣이 緣을 물고 因緣이 重疊되지만 이어지는 고리에 必緣은 없다 느슨한 매듭에 미련이 팽팽히 홀치고 있을 뿐 빈 방에 빛이 들면 飛散하는 먼지마다 形形色色 방안 가득 휘황할진대 視線은 아.. 자작시3 (2010년~ 2011년 )/월간한울문학 출품작 2010.11.08
가을들녘 때 이르다 싶은지 낙엽은 바람을 불러 날고뛰고 뒹굴어서라도 못다 간 길 가기 숨 가쁜데 푸근한 너털웃음에 고개 한껏 제킨 억새는 지천으로 흐드러져 한담(閑談)에 여념없네 낮거나 높거나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앉아 천리 서서 구만리를 보는 양 자못 허리 꼿꼿한 가을 山들은 겨울채비를 모른다 .. 자작시3 (2010년~ 2011년 ) 2010.11.05
歲月 예전엔 내가 바람인양 머뭄없이 흘렀는데 이제 머물려 해도 지난 세월이 바람이 되어 오늘도 길 위에서 멈추지 못하네 세상의 뿌리 깊지 않아도 한 生을 돌이켜 살만 했었음을 설핏 내비치는 미소로 대신하려 하네. 2010. 11. 05 (금) 자작시3 (2010년~ 2011년 ) 2010.11.05
深夜夢中行 西山에 해 뜨겠다 절름발이 水面을 가볍게 뛰어가듯 검은 하늘 귀퉁이로 별이 쏟아지고 하릴없는 밤바람은 허공을 어슬렁거린다 깨고 나도 夢中이니 거울 앞에 선 듯 꿈과 현실은 서로를 마주보고 보이는 것이 自己인양 하다 業이 두터우니 꾸는 꿈도 매양 질기기만 하다. (2010. 10. 16 토 / 새벽 1시 30분.. 자작시3 (2010년~ 2011년 ) 2010.10.18
흔들림에 대하여 靜寂 한 올의 흔들림도 용납하지 않는 고요 大地와 空間의 무거운 침묵이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소리 없이 짓쳐들고 있다 밤이 깊도록 잠들지 못해 老母의 거친 숨소리에 기대 가만히 돌아보면 지금껏 살아온 生이 그저 덧없을 뿐 철없는 자식의 잠든 머리맡에 텅 빈 한숨만 내려놓고 어쩌면 이 밤이 .. 자작시3 (2010년~ 2011년 )/사화집출품작 2010.10.18
歲月 時間은 흐르는 듯 하지만 항시 제자리다 많이 지난 듯해 돌아보면 여전히 한자리를 맴돌 뿐 육신을 갉아 내린 건 歲月이라고 해야 할까 시간에는 사적인 情이 없지만 세월엔 悔恨과 미련으로 점철된다 세월로 비춰보면 成功과 失敗의 陰影이 뒤따르지만 시간 속엔 오롯한 存在의 實體만이 있어 迷夢.. 자작시3 (2010년~ 2011년 ) 2010.10.18
病 세상의 病은 드러나지 못함에 있고 마음의 病은 비교해 드러남에 있다 몸이 무너지면 視覺이 기울고 세상도 기운다 마음이 무너지면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누렇게 익은 곡식들은 지천으로 널려있고 萬山엔 붉은 색으로 하늘은 푸른 빛으로 노랑 빨강 파랑 삼원색으로 어우러짐 이던가 세상의 色 삼원.. 자작시3 (2010년~ 2011년 ) 2010.10.18
止觀 늦가을 매운 햇살엔 冷氣가 스며나고 황금빛 일렁이는 들녘엔 날선 푸르름이 감돈다 곧장 다가오는 눈빛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지만 가만히 내려앉으면 먹먹한 고요가 萬斤巨石처럼 눌러온다 한 面이 온전히 한 面이 될 수 있음은 등을 맞대고 있는 다른 面이 있기 때문이듯 오늘 여기에서 울기도 하.. 자작시3 (2010년~ 2011년 )/사화집출품작 2010.10.18
夜雨風景 비는 밤을 타고 다가와 어둠을 적신다 丑時를 벗어난 시간은 무겁게 가라앉고 인간이 빚어낸 휘황한 虛構들은 쉼 없이 明滅하며 都市의 밤은 낮보다 부산하다 난 그저 내 속에 山房 하나 들여놓고 묵묵히 돌아앉아 禪定에 들고자 할 뿐. (2010. 10. 5 화) 詩作後記 : 지친 몸 가누다가 문득 잠이 드니 세상.. 자작시3 (2010년~ 2011년 ) 2010.10.18